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사실 이 책을 그냥 지나치려고만 했다. 책의 내용이나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서도 그저 제목 안에 귀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에서 그저 넘기려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제목만 보고서 그저 흘리는 것도 왠지 아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다시 소개글을 읽다 보면서 문체 속에 녹아 든 따스함에 첫인상에서 받았던 거부감은 오간대 없이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길귀신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 움찍했을 이가 있을지 모르게군요. 그냥 길동무라고 해도 좋겠지만 이들이 이 지상에 머물렀을 시간을 생각하면 동무라는 말이 한없이 친근하고 포근해도, 그냥 귀신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것입니다. 길 위에 서면 나는 이 셋의 사랑스런 길귀신들에게 내마음의 혼을 모아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입니다. –본문

 어릴 적 길을 잃어 40리를 넘게 걸어 도착한 왠 낯선 마을에서 마주한 손님이라는 그 단어와의 첫 만남이 저자로 하여금 어딘가로 계속 떠나게 만드는 시초가 된 듯 하다. 스마트 폰 때문에 길을 잃을, 누군가를 찾는 것마저도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는 요즘과는 좀 다른, 그야말로 느림의 미학이 오롯이 발현되는 그 당시만 해도 그 나름대로의 정겨움이 물씬 풍겨 나는 듯 하다. 그래서 일까. 저자가 걸어왔던 그 여행길의 길목길목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그래서 따스함이 느껴져서 계속해서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어 진다.

 봄 언덕을 보면 나는 늘 길 하나를 생각한다. 아카시아 꽃잎을 따 먹으며 걷던 들길과 그 길 끝에 자리한 마을의 집을 생각한다. 내 나이 아홉 살, 길 위에서 처음 손님이란 말을 들었고 그것이 내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 꽃잔디 위로 나비들이 날아들고 밥 냄새와 국냄새가 한 없이 포근했던 그 집의 길의 끝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린다. –본문

 여행의 여정은 딱히 어느 곳을 정해 놓은 곳이 아니었다. 그가 발길이 닿는 곳곳이 모두 여행이자 배움의 샘터였는데 목욕탕에서 마주한 눈이 먼 아저씨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라며 프리지아를 안고 가는 그와 그의 아내를 보며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내 눈에는 프리지아의 향긋함이 우선으로 보였다면 그들에게는 프리지아에 담은 사랑이 담뿍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배운 것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인도의 인사말이었다. 이전에 인도를 방문 했을 때에도 기본적인 인사말인 나마스테를 알고 가긴 갔으나 그저 우리나라의 안녕하세요의 동일한 인사말이라고만 생각했다. 요즘 들어서야 그저 인사로서 안녕하세요이라고 하지만 보릿고개로 하루하루 배를 굶주리며 살아야 했던 우리네 예전의 모습 속에서 이 인사말은 지난 밤 동안 안녕했는지에 대해 묻는, 생과 사의 문턱에서 이웃에 대한 정겨움의 표현이 더욱 배가 되었듯이 인도의 인사말인 나마스테역시 그 뒤에는 더 깊은 뜻을 안고 있었다.

 인도나 네팔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 인사말은 나를 사랑하는 내 영혼의 신이 당신의 영혼 또한 사랑하기를!’이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지녔다. –본문

 비좁은 기차 안에서 손을 꼭 맞잡고 잠이 든 부부의 모습이나 바로 옆에 자리한 국화빵과 붕어빵을 파시는 어머님들의 서로 간의 배려도 그렇고 새봄이 오는 소리에 누군가에게 따스한 인사를 전해볼 것을 권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나도 어느새 이 따스한 여정에 빠지게 된다.

 이 모든 여정들을 걸어오는 동안 많은 것들을 그에게 알려준 지혜가 쌓일수록 그 쌓이는 것들만 것 저자는 한 해 한 해 세월을 담았을 것이다. 어느덧 돌아본 길목에서 꽤나 오랜 여정을 걸어온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단 한 권을 통해 그의 길을 걸어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아마도 그가 스물 살에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 건넸다는 그 공책을 마주한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노란집 / 박완서저

 

 

 

 

독서 기간 : 2013.12.07~12.0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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