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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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한동안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른 분노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이 등진 모습 안에서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그 모든 것의 부정의 나의 존재마저도 부정해야 하는 현실이 참혹하게만 느껴졌다. 그리하여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나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던 그들 역시 나와 똑같은 고통을 받기를, 아니 그 이상의 고통 속에서 보내기를 바라왔었다. 그렇게 하면 나는 내가 안고 있는 이 문제들을 훨훨 털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라는 표지를 보면서 '이미 당신은 나에게 더 할 나위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소' 라며 낙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가 된 몰골을 하고서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이 책을 안고 있는, 그야말로 이율배반적인 독서를 하면서 이 책도 습관처럼 책장을 넘기며 빨리 읽어 내려가길 바랐다.

우리에게 모욕감이나 열등감을 안겨 주었던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자. 창피함과 수치심 때문에 그 사람을 '태어날 때부터 나쁜 놈'으로 만들고 모든 책임과 잘못을 떠넘기며 발악하듯 욕한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너무 괴롭기 때문에, 그를 경멸하고 깔아뭉갬으로써 있는 힘껏 상처를 거부하려고 하고 있다. -본문

책을 읽는 동안에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문제에 대해 마주할 생각보다는 이 모든 것을 가져다 준 그 누군가를 향한 오롯한 분노는 점점 기괴하게 변모하고 있었으며 사실 그 분노는 그 사람을 향해 던져지고 있기 보다는 내 안의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이 고통을 전해 줄 수 없을까, 만을 생각하며 이 문제의 근원적 태동에 대해서는 함구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 분노의 유일한 씨앗이자 뿌리였으며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었으니 말이다.

'네가 상처를 준다면 나도 똑같이 복수를 해 줄 것이다'라는 경계의 메세지를 보내면서 '또 다른 나'는 누군가 감히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자신을 다루려 한다는 것에 격분한다. 이때 적당한 분노 조절이란 있을 수 없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상처를 두 번 받았을 때 느끼는 모욕감과 아픔은 평상시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다. -본문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웃는 것이 습관화 된 내 모습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과연 이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계적으로 웃어야만 하는 그 순간들이, 어릴 때부터의 강박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나를 옥죄어 오는 듯 했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듯, 슬프지만 슬프지 않는 듯, 울고 싶어도 웃으며 지나왔던 지난 날 속의 나는 하나의 얼굴만을 가진 듯 했다. 거울 속의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 있다. 내가 먼저 열지 않으면 밖에 있는 사람은 내 마음의 귀퉁이조차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실망하고 상처 받고 싶지 않다면 꽁꽁 닫아 둔 마음의 문을 열고 말해야 한다. 지금 내 마음이 아프다고,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본문

예전부터 나에게 고통을 주는 대상을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그 부존재화 하는 의식은 나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통로와 같은 것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어떠한 형태이든 간에 상처를 던져주는 사건의 뒤에 있는 그 누군가를 순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문제 자체를 바라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타인과의 관계의 종결 또는 암전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단절로서 다시 또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대한 상처 따위는 사라진 듯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 때의 그러한 행태들은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 어딘가에 자국으로 남겨져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것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지만. 어찌되었건 나를 향해 있던 화살의 촉을 겨누고 있던 그들에게 나는 언제나 '당신들 때문이야'라며 그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전가하고서는 나는 그 자리에 없었던 듯 하고 또 그들에게만 분노를 던져주고 떠나버리려 하고 있다. 예전의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되었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는 상처를 주고 받는 그 안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누구는 작은 생채기를 느끼지만 누구에게는 칼날에 깊게 베인 듯 크나큰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타인이 주는 상처에 대해서 그 상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나에게로 향한 상처를 받아들이거나 아니거나,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어떠한 크기와 형태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것은 오직 '' 만이 선택 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지하는 순간 과연 이 모든 것이 누구를 향한 분노와 상처인가, 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우리가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여있다. 필요한 해답은 모두 우리 안에 있으니까. -본문

또 다시 진창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그때의 나를 내버려두고 다시 태연한 듯 내일을 사는 것보다는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타인을 향한 잣대를 나를 위한 시간으로의 전향만으로 이전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끼면서 요 며칠 동안의 고민들이 많이 수그러든 기분이다.

모든 해답의 열쇠는 나에게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줄 몰랐던 나에게 나를 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꽤나 평화의 상태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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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저

 

독서 기간 : 2013.12.12~12.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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