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이 이야기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제목을 보고서는 무엇을 이야기할 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고 한국독자들에게 편지를 쓴 젊은 작가의 글을 보면 고스란히 그의 감격이 느껴졌다. 그들의 여행 루트를 보노라면 미국 동부인 뉴욕에서 시작해서 대륙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를 거쳐 다시 돌아가는, 그야말로 미국 전 지역을 누비는 그들의 행보에 그저 젊은이들의 여행을 그린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제목은 거의 천재적인이라고 쓰였지만 이 소설을 덮는 순간 천재적인, 이라는 가늠이 아닌 천재가 맞았구나, 라며 그가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여행이 아닌 한 인간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과연 한 인간 안에 담겨 있는 유전적인 요소들의 영향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가족의 피를 물려받은 한 인간이 굴레를 넘기 위해서 어떠한 일들을 펼쳐야 하는지 등등 광범위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사고를 계속하게 한다.

 천재적인(Geneal)이라는 말 자체는 이미 유전자(gen)라는 말이 들어있다.” 이전의 많은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저 부모들에 의해 만들어져 이 세상에 태어났을 뿐, 자신이 그들과 달리 무언가 전혀 새롭고 놀라운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본문

 한 때는 촉망 받던 학생이었던 프랜시스는 따스하고 안락했던 가정 속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은 이미 그에게 아득한 과거로 남겨져 있다. 현재 그는 조증과 우울증을 오가고 있는 엄마의 보호자이자 니키의 이부형이며 한때는 자신의 아버지익도 했던 라이언은 니키의 아버지로만 남아져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동안 그들은 어느 새 컨테이너 더미 안에서 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으며 프랜시스는 그에게도 가족이란 울타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회상하면서 라이언과의 관계에 대해 되뇌보기도 한다. 레슬링마저도 그만 둔 상태에서 현재 학년마저도 유급되어 졸업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군인이 되어 컴백한 예전의 문제아 마버스 제닝스를 보며 그도 군인이 되어 자원 입대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삶에 있어서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되어 다가오게 된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빡빡 깎은 머리에다 이는 시원찮았고 지진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기 인생이 밑바닥일고 결정된 사람만이 갖게 되는 표정이었다. 프랜시스가 이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가 벌써 2년 반이다. 어머니는 병이 심해져서 부동산 회사의 비서 자리를 잃었고, 그 직후에 프랜시스의 의붓아버지 라이언은 주식 투기로 재산을 나려버렸다. (중략)  본문

 한 두 번 정도 생각해 보았던 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꿈속에 계속해서 아른거리는 로또 당첨과 같은 잭팟은 그에게 이 여행의 출발을 종용하고 있었다.

 루저로서의 삶만 남았을 것이라 막연하게 믿고 있던 프랜시스는 베스트 친구이자 너드이면서 또 다른 천재인 그로버와 유리의 성 속에서 살고 있던, 아픔을 안고 있는 앤메이와 함께 이 겁 없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여행은 그의 뜻대로 되어가질 않는다. 앤메이에 대한 마음이 커져갈수록 그녀는 그로버에게도 호감을 갖는 듯 보였고 잭팟이 터질 것이라 믿었던 룰렛 게임에서는 파란 작업복을 입은 미지의 남자가 등장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수중에 있는 돈마저 털리고 만다.

 다양한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천재적인 과학자들의 정자를 사들이기 위해 거액을 지출했다고 했어. 우리가 듣기로는 그는 1980년대 초에 천재 정자은행을 설립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최초의 아이들이 벌서 몇 살쯤 되었다는 거야. 먼로는 새로운 유전자 엘리트층을 길러낼 계획이었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이런 아이들을 낳아줄 똑똑하고 입이 무거운 여자들을 모집하러 다녔어. –본문

 이 모든 것이 계획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프랜시스에게는 한 가닥 희망이 있었다. 천재 과학자가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은, 자신에게도 이러한 천재적인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고 그 친부는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이 구렁에서 꺼내줄 존재가 되어 줄 것이라는, 마치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구세주가 되어 주리란 희망에 그는 계속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리하여 마주하게 된 그의 또 다른 시초가 된 아버지를 마주한 순간, 프랜시스는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친부의 유전자에 대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기 안에 천재적인 무언가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던 그에게, 현실은 또 다시 아득함만을 남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너의 좌절된 모든 꿈과 희망에 매달려 그걸 절대 놓아주지 않는 거야. 비명을 질러도 좋고 애원해도 좋아. 하지만 너 자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할 때조차 그것들을 놓아버려서는 안돼. 만약 놓아버리면 그땐 모든 것이 끝장이야, 꼬마야. 그 시절 이후로 너의 인생은 허깨비야. 네가 몇 십 년을 더 이 세상을 헤매로 다닌다 해도 내적으로는 이미 죽은 거와 다름 없어 . –본문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트레일러 촌에서 프랜시스는 그로버를 예일대로 떠나 보냈으며 앤메이 역시 그들의 아이인 존을 안고서 그의 품을 떠나게 된다.

 한 때는 그 안에 품었던 천재적인 유전자에 모든 것을 걸었다면 이제는 그에게 남은 것은 룰렛의 꿈뿐이다. 그에겐 천재라는 실존은 이미 신기루가 되어 버린 상태이니 거의 천재적인 룰렛의 꿈만이 그의 현실이 된 셈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나서 마지막의 룰렛이 도는 순간, 이 소설의 장막은 내리게 된다. 그 후에 모든 것을 잃든 아니면 그 배를 벌어들였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우리네 인생이 룰렛처럼 어디서 마감하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프랜시스는 그가 원하던 모든 것들을 이룬 셈이었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건 친아버지를 찾았고, 그가 원하던 앤메이와의 사랑을 이뤘으며 꿈 속의 룰렛 앞에 있으니 말이다.

 연구소의 유리관 속에서 시작된 그의 인생은 한 인간의 욕망에서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되었으며, 그 욕망의 대가에 눈이 먼 남녀의 지원으로 인해 프랜시스라는 인간의 탄생되었다. 부조리한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탄생시킨 이야기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살고 있던 프랜시스는 과연 룰렛을 통해서 그의 꿈을 이루었을까? 다음 번 그를 만나는 장소는 룰렛과 트레일러촌이 아닌 제 3의 장소이기를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레몬》 / 히가시노 게이고저

 

 

 

독서 기간 : 2013.12.07~12.0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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