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넓다는 사하라 사막. 그 이름만으로 무언가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자태를 느낄 수 있지만 사막이라는 단어에서 그 장엄함과 인간이 탐할 수 없는 그 무엇인 듯 하다.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본 적이 있던 사하라는 화면 속에 보여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막상 이 곳에 가야 한다면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를 보아도 무한하게 널려있는 모래 숲 속에서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 황량한 사막에, 그저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아는 것을 넘어 이곳을 다녀오고 사하라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책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었다.
이 지구상에 가장 메마른 그 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굳이 가보지 않더라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구태여 그곳에 가야 하는 것일까? 라는 망설임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이야기 하고 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으면 다르게 체험하라.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이미 내가 본 것이다. 지금 내가 사막을 바라보는 것도 내가 이제까지 생각하고 믿은 것 안에서 보고 싶은 사막만 본 것이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본문
체험해 보지 않고 그저 영상을 통해서 보는 것을 보고서 나는 그 세계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실제 그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을 마주하고 새벽이 되어 쏟아지는 별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이미 그곳을 모두 알고 있는 냥, 굳이 고생을 하러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나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과연 내가 보고 있는 지금의 사막은 진실한 사막인가? 라고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막은 내가 생각한대로만 상상한 곳으로 그의 눈을 통해 본 사막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마 내가 그의 삶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자신이 기억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고등학교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던 그 순간. 세상에 오롯이 혼자 남겨 져 있는 그 순간마저 그는 잠깐의 방황을 끝내고서 자신의 삶을 위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그 자리에 우뚝 선 순간 다시 찾아온 교통사고라는 늪은 그를 다시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살아야 한다는 그 일념 하나로 이겨냈던 시간들을 넘어 이제 그는 사하라 사막으로 자신을 내던지고 있었다. 그 누가 떠민 것도 아니지만 그는 이 생명의 레이스에 자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사막에는 시작과 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시작하면서 끝이 생기고, 끝에서 언제나 다시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나이고 내가 곧 길인 곳이 사막입니다. -본문
하루 40키로라는 거리를,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어깨에 짊어지고서는 평지도 아닌 사막을 걷는 것.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하루 20여키로 남짓 걷는 것도 힘들어 했던 나에게는 가히 상상만으로 아득한 거리였다. 그런 그곳에서 그는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고 광활한 자연이 주는 거대한 숙제를 처연히 받아들이며 한걸음씩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먹먹한 사막 한가운데서 그는 걷는 동안 수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삶에 대해 되뇌고 있었다. 아직 그의 나이만큼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그렇다고 사막이라는 곳에 가보지도 않았기에 나는 이만큼의 깊이의 생각들을 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들이 절로 들 정도로 그의 고뇌는 편히 소파에 누워 책을 읽고 있던 나에게도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말이겠지만 나는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치열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세상은 치열함을 거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만 편암함이라는 대가를 제공한다. 그래서 나는 치열한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치열한 시기를 다 지나고 나면 편안하게 내가 걸어온 길을 웃으며 기억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본문
그는 책의 서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그저 사하라 사막을 건넌 그의 경험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사막으로의 초대장이 바란다고 말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루하고 실증을 느끼면서도 그 무엇도 행동하지 않는 나날의 연속인 나에게 이 책을 통해 그와 함께한 며칠간의 시간은 나로 하여금 어디로든 떠날 것을 권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사하라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건너온 것처럼 보였다. 모든 준비를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떠나는 것이 모든 준비의 완성이란 그의 말처럼, 나 역시도 나를 찾아 이곳으로 길을 떠나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