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받자마자 표지의 내용을 보고 저자의 양력을 보고 나서 쓰윽 훑어본 바로는 '아, 이 책 금방 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두께도 그다지 두텁지 않았고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읽기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뭐랄까, 스윽 내려가기에는 계속 걸리고 그 걸림을 무시하고 내려가기에는 왠지 갑갑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다 보니 웬만한 책보다도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에세이라 하면, 특히나 여행 에세이라 하면 그 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녹아 금새 읽어 내려가는 것이 익숙했던 나에게 이 책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접해오는 것이었다. 몽골이라는 대지 위의 그 무한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 인간의 미약함을, 그 안에서 일개 작은 모습을 하고 있던 우리는 무엇이 그리 위대하다며 스스로를 칭송하며 지냈던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초반에 그 모든 것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 가파른 자연의 변덕 앞에서 재산이 많다거나 지식이 좊다거나 용모가 곱다거나 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흔히 뽐내는 개인마다 소지한 사회적, 문명적 무장이 그곳에서는 먹혀들 만한 자리를 찾지 못한다. 광할한 대지는 질주 본능을 충동질하나 육체는 미약하고 공간은 크다. 우리느 ㄴ오직 유한한 존재의 숙명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다. -본문 언제나 사진으로만 마주하게 되는 몽골이지만 장소와 특색 때문인지 그 잔상은 뇌리에 오래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지곤 하는데 몽골, 하면 무언가 다 내려놓고 세상 속에 속박을 벗어날 수만 있을 것만 같은 이 모든 세상의 규칙 따위는 사그러드는 대자연 속에 숙연해질 수 밖에 없는 특수한 장소인 듯 하다. 과연 존재한느 모든 것의 마지막 동작은 '흩어짐'인가? 야생동물 하나가 비바람의 처분대로 풍화되고 해체되어 대기 속에 사라지는 것이 그렇게 처연할 수가 없었다. 만일 헬기가 내려놓고 가버린 후 세월이 더도 말고 5만년 흐른다면 나도 그러한 '토템'이 되어 초원의 빛에 덮여 뒹굴게 될 것이다. 그때 이슬 속에 뜨는 별의 신화와 그 속에 지는 달의 신화를 나의정령들은 노래할 것이다. -본문 유목민을 따라, 때로는 지인들과 함께 거니는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몽골 속의 이야기는 멀리서 보았을 때는 마냥 아름다운 것들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 안에는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장엄하게 펼쳐진 초원은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 안에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으며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고 또 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1938년 사회주의 정부에서 라마교를 부정하면서 사원을 불태우고 불상들을 파괴했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불상들을 산등성이까지 옮겨 다 불지르면서 스님들을 게르 안에 가두었다가 죽이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울음이 복바쳐서 설명이 중단됐다. -본문 언제 들어도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앞에 두고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결혼을 치르며 신부가 끓이는 첫 차를 시부모님께 드리고 나면 하객들이 이 날의 주인공들에게 선물을 주게 된다.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으로 다 함께 이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소박한 이야기는 글을 읽는 나에게도 따스함을 전해주게 한다. 이 광활한 자연은 저자에게 그저 한낱 여행이 아닌, 삶에 대한 본질에 대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그의 한 발자국은 그로 하여금 인생과 이야기를 다질 수 있는 초석으로 다시금 태어나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그는 이 책과 함께 조드라는 책을 남기게 된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막연한 몽골이라는 곳을, 이토록 묵직한 언어도 담아낸 그의 책을 통해서 쉬이 몽골을 체험하기 보다는 장엄한 역사의 순간을 목도하며 온 기분이다. 그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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