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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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번역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원본의 내용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하여 이전 발행된 책들을 절판시키고 5년여 간의 시간을 들여 재번역에 번역을 거쳐 나온 이 책의 탄생 비화를 들으며, 그 번역가가 다름 아닌 류시화 시인이라는 것 때문에 실은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토록 이 책에 대한 열과 성을 다하고 그렇게 쏟아 부을 만큼의 대단한 내용의 책이란 대체 무엇일까, 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이었기 때문인지 나에게 이 책은 쉬이 곁을 내주지 않았다.

 책에 대한 두께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읽고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해서 진정한 나를 만나보자, 라는 바람 때문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내려놓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 이 책 한 권을 읽는데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그렇게 어떻게든 일독을 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아직 이 책을 읽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하질 못하겠다.

 그 동안 나에게 있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는 방법이라든지, 마음을 비우는 방법이든지 다양한 형태의 나를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는 법에 대해 논하는 책들을 마주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뭐랄까. 이전에 내가 접했던 내용의 책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쁜 감정을 버리고 좋은 감정을 안고 있으며 타인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 선인의 삶이라고 배워왔다면 저자는 타인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역시도 피해야 하는 것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더 좋은 인간,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고상한 일처럼 들리지만,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노력이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 역시 똑 같은 기능장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더 미묘하고 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를 강화하려는 형태이다. 그런 노력 역시도 자신이 관념 속에서 라고 여기는 이미지를 더 크게, 그리고 더 강하게 만들려는 욕망과 아무 차이가 없다. –본문

 순수한 나를 찾기 위해서, 나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 이름이라든지 직책이라든지 직위라든지, 아니면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실제 내가 아니다. 나를 대변해 줄 것만 같은 이 모든 것의 실상은 에고이며 이 에고는 결국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치장하고 대변해 줄만한 것들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품을 걸치는 순간 내 스스로도 명품으로 빛이 날 것 같지만 그것은 에고의 욕망에 의한 구매에 대한 합리화일 뿐, 나는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에고는 소유와 존재를 동등하게 여긴다. “나는 소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에고는 비교를 먹고 산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를 결정한다. 그러나 외부의 대상들 속에서 자신을 찾는 것은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본문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는 자아의식의 인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다른 책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주장의 것들이라 생경하면서도 받아들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특히나 생각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낯설기만 했다.

 나는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자유 의지가 담긴 행동을 의미한다. 그 일에 결정권이 있고 당신 쪽에서 개입할 선택권이 있음을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나는 생각한다.”나는 소화한다.”나는 혈액을 순환시킨다.”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틀린 문장이다. 소화가 일어나고, 혈액순환이 일어나며, 생각이 일어날 뿐이다. –본문

 자유의지에 의한 생각이 아닌 생각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현되는 상태, 그 상태 속에서 마치 우리는 생각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라 착각하기에 에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과 비슷한 맥락의 에고인 감정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반응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고 안에서만 허덕이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생각과 감정이 오롯이 나라는 위험한 믿음은 우리를 영원히 에고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스스로를 가둬 두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순간에 깨어나야만 하는데 이 깨어남을 통해서 생각과 알아차림이 분리되고 그 안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깨어나서 생각을 내 뜻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그 상태. 이 상태야 말로 나는 생각한다, 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진실로 깨어날 수 있는, 알아차림이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의 삶의 영위할 수 있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생각은 당신의 삶에 주역이 되는 대신 알아차림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 알아차림은 우주 지성과의 의식적인 연결이다. 알아차림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현존’, 즉 사념없는 의식이다. –본문

 서평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저자가 이야기 한 것들을 제대로 받아들인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곳에서 본 적 없었던 관념들에 대한 접근과 그러한 접근을 통해 오롯이 나를 인지하게 되는 것. 책을 읽다 보면 이 일련의 과정이 어느 순간 이뤄져 아! 하는 탄성이 자아난다고 하는 애석하게도 나는 여전히 에고 안에 있는가 보다. 아무래도 일독으로는 제대로 깨우쳐지기 힘든 내용인 듯 하니, 어찌되었건 한 번은 이 산을 넘어 왔으니 다시 몇 번 읽어볼 생각이다. 모든 이에게 이렇게 쉬이 열리는 것이었다면 저자 역시 그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을 테니 속성으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또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인간, 즐거움 / 크리스티앙 보뱅저

 

 

독서 기간 : 2013.09.25~09.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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