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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ㅣ 창비청소년문학 52
존 코리 웨일리 지음, 이석연 옮김 / 창비 / 2013년 8월
평점 :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어떠한 희망의 메세지가 가득한 내용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추측이 명백히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사실 초반에 이 소설을 마주하면서 든 느낌은 희망이라기 보다는 절망적인 내용들 때문에,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너무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는 문체 때문에 때론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죽음은 이 책 안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죽음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는 것에 더 익숙하고 구태여 끄집어 내지 않으려 하는 우리들의 불문율을 생각했을 때 이 초반 이야기들은 참으로 대범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태연한 컬런의 말투를, 자신을 염세적이라 소개하고 있는 그를 마주할 때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한 모습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열일곱에 소도시에서의 일상에 따분해하던 나는 가끔 염세주의자인 척하는 걸 좋아했다. 사는 건 원래 이런 식이고, 나도 거기서 벗어날 도리가 없어. 인생은 지랄 같은 때가 대부분이지. 세상은 온통 개소리뿐이야. 고등학교도 지랄 같고. 학교나 다니고 50년간 일이나 하고 그러다 저 세상 가는 거야. -본문 이러한 컬런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선교 활동을 위해 에티오피아에 있는 벤턴의 이야기가 컬런의 이야기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목사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했던 벤턴 마저도 세상을 등지고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대체 이 곳에서 무엇이 돌아오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까지도 들곤 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컬런의 동생인 가브리엘의 실종은 그 가족들에게는 절대적인 사건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저 전체 숫자 중 단지 1이라는 숫자가 빠진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들은 나사로 딱따구리의 존재로 인해 마을이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더 집착하는 모습들이 보이곤 하는데 그리하여 마을은 딱따구리에 의해 점령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씁쓸한 모습마저 느끼게 된다. 모든 것에 그저 방관자적인 모습을 하고 있던 컬런은 동생의 실종으로 하여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변모하게 되는데 그에게 심리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가해질 수록 그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증폭되어 괴로워하고 있었다. "형, 우리는 아직 인간을 포기해서는 안 돼. 누구나한테나 새 출발의 기회가 있는 거 알아? 홍수가 난 다음의 노아처럼 다시 시작하면 돼. 인간이 아무리 악해지더라도 어떻게는 새롭게 출발할 기회는 있는 거야. -본문 모든 사건의 결집은 엉뚱한 사건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절대적인 신앙 속에 있다고 믿는 인간이 그저 한낱 질투와 욕망에 눈이 멀게 되면서 벌이는 사고에 의해 이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을 맺게 된다. 사실 후반에 가서는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라 살짝 집중감이 떨어지곤 하지만 마지막을 포커스가 아닌, 그 사건의 발단으로 하여금 변화되는 가족간의 심리상태와 변화에 대해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 속의 모습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도 디아스저
독서 기간 : 2013.09.26~09.28 by 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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