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몇 해 전 다녀왔던 뭄바이에서의 일주일 간의 시간은 인도, 라는 나라에 대해 짧지만 많은 기억과 아련함을 여전히 느끼게 한다. 사실 인도에 간다,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GDP를 보면서, 치안이나 환경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걱정을 하곤 했었는데 실상 내 눈앞에 펼쳐진 뭄바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그 이상의 화려함과 화려함의 이면에 묻혀져 있는 가난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차도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는 도로에 BMW며 벤츠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TATA의 택시가 가득 메운 그 가장자리에 집도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어쩜 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끝없는 격차의 현장이 바로 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경제의 수도라는 뭄바이를 방문하면서 사실 그 이상 철저히 조사를 하고 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안나와디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인도를 다녀오고 나서 다큐멘터리로 마주했던 것이 전부였는데, 잠깐 들렀던 곳이기에 그리고 그 곳에서 사스의 공포를 핑계로 외면했던 아이들의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리기에 그 미안함을 참회하고자 이 책을 집어 들고 있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그곳에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해, 그 아이들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이 안전하고 따스한 곳에서 툴툴거리며 불만을 표하고 있을 때, 그들은 끼니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기본적인 교육은 커녕 생존을 위해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야 했으며 그들이 하루를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곤 쓰레기 더미에서 내다 팔만한 물건들을 찾는 것이었다.

급격한 인도의 경제성장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안고 북적이는 공항의 사람들이 오가는 그 자리에 남겨진 쓰레기들. 800여톤의 쓰레기가 그들의 생계 수단이자 내일을 꿈꾸게 하는 밑천인 것이다.

크리켓 패거리를 물리친 압둘의 앞에는 종류별로 나뉘어 담긴 열네개의 울룩불룩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주변 호텔에서 모깃불 연기가 구름처럼 자욱하게 일어날 때 압둘은 남동생 둘과 함께 이 자루들을 끌어다가 라임 색의 구식 삼륜 트럭 짐칸에 실었다. 후사인 집안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그 소형차 덕분에 폐품을 재활용 공장으로 실어 나를 수 있었다. -본문

그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을 이 현장에서 압둘은 오늘도 이 일이 끊이지 않고 내일도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래야만 그의 동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지는 음식물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용한 양식이 되고, 그저 깨끗한 음식을 가족들을 위해서 먹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는 곳. 그 곳에 아이들은 세상을 원망하기는 커녕 여전히 희망을 꿈꾸며 밝게 웃고 있었다.

정치인도, 경찰도 외면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구속하려 드는 현실을 마주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쓰레기보다 더 악랄한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들의 횡포가 이 아이들을 쓰레기 더미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옭아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인생은 보기만 해도 바짝 긴장이 되지. 하지만 그게 삶이야. 개처럼 사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의 인생은 있는 거잖아. -본문

언제나 부패의 지배아래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언제나 밝고 맑으며 그 누구보다도 선량함을 유지하고 있다. 검은 물결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 쓰레기 더미처럼 덮쳐오고는 있으나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뭄바이 어느 길가에서 마주했던 어린 아이들의 자그마한 손을 가진 이들도 아마 이 책의 이야기처럼 살고 있을 텐데 나는 왜 그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나 하는 죄책감도 일게 된다.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의 안녕과 건강과 조금 더 밝은 내일을 기원하는 것이 전부라는 게 몹시도 미안하고 창피해지는 순간이다. 바라건대 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이 침범할 수 없도록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아이들에게 더 큰 행복의 웃음을 알게 해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아르's 추천목록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 이지성, 김종원저

독서 기간 : 2013.09.26~09.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