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류의 책을 가장 즐겨 읽으세요? 라고 묻는 다면 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소설’이라 답할 것이다. 물론 요 근래 들어 인문학에 관한 서적들을 찾아보고는 있으나 이것은 그야말로 나의 심연적인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인한 노력이 깃들여진 선택이며, 소설은 그런 노력 따위는 필요 없는, 본능적으로 끌리는 장르인데, 왜 소설을 즐겨 읽는가에 대해 묻는 다면, 내게 현실에서 살고 있는 인생은 지금 나 하나이지만 소설을 통해서는 그야말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삶들을 엿볼 수 있고 때로 내가 그 작품 속에 투영되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것이 즐겁고 그리하여 매번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라 대답하겠다. 어떠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 잘 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목차를 보면서 깨우치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하지만 영국 소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바, 목차 속 차례를 살펴보니 그나마 눈에 익은 것은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위대한 유산 정도이며 그것들 역시 제목만 겨우 알고 있는 상태인지라 민망함과 동시에 당혹스러움마저 밀려들었다. 그럼에도 어느 책에서 읽었듯이 이토록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남았다는 것에서, 그 책들을 마주하며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라 생각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읽어 내려가 본다. 사실 처음 저자의 소개로 접한 책들을 보면서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클러리사 할로나 톰 존스의 책의 두께와 권수를 찾아보고선 압도되어 대체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을까? 란 의문과 함께 도저히 섭렵할 수 없는 책들이기에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클러리사 할로만 해도 시중에서 총 8권의 전권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1권당 페이지수만 580페이지 남짓이기에, 그 안의 내용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체를 모아둔 이 책은 17세기와 18세기 유럽의 여성들의 신분, 특히나 숙녀에 대한 내용이 계급적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여자들의 발목을 잡는 덫으로 작용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다 와 읽을 수 있을까? 의 사이에서 계속 내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숙녀는 육체노동을 면제받는 반면 억지로라도 고상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정절에 일말의 의혹도 없어야 했다. 경제 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된 ‘숙녀’는 경제력을 가진 남성이 구매하는 상품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에게는 여성 편력이 트로피였지만 정조를 잃은 여성은 가문과 사회에서 축출되었고, 결국 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본문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라는 책에서도 접해 보았던 내용들을 클러리사 할로를 통해서 마주하게되면서 이 모든 내용을 단 몇 페이지만으로 끝내고 넘어가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드는데, 저자의 말마따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고 하니 기회 될 때 도서관에 가서 내용을 확인해 보려 한다. 특히나 댈러웨이 부인은 예전에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작품이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의 대한 접근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삶의 원한과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댈러웨이 부인은 어떻게 서든 마지막까지 살아보려 했던 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 했다. 비록 버지니아 울프 그녀 스스로는 비관된 삶으로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이 소설 속에서만큼은 살아 남으려 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인지 더욱 슬픔이 느껴진다. 그러나 클래리서는 비관에 몸을 맡기지 않는다. 아침에 런던의 거리를 걷는 것은 즐거움이고, 거리에서 부닥치는 작은 사건, 새로운 물체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단골 꽃집의 점원이 그녀를 반기고 집의 하녀가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섬기고 싶어 하는 것도 크나큰 행복이다. 이런 작은 기쁨들이 그녀를 절망의 심연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본문 단순히 연애 소설로만 인식하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여성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 가치를 충실했다는 점에서의 접근은 여러 번 영화 및 소설을 접했던 나에게는 또 다른 안목으로의 접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영화 ‘타인의 삶’이 오버랩 되는 듯한 1984가 1949년에 근미래를 그린 소설이었다는 사실과 가상의 세계이지만 그토록 실제하고 있는 듯한 끔찍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 책 속의 모든 책들을 섭렵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는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 하나하나의 줄거리와 저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영국의 시대상까지 알려주고 있기에 이 소설들을 접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 꽤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 든다. 소설에 대한 관심만 있었지 그 안의 영국 소설이 무엇이다, 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던 나에게 하나의 나침반으로 작용될 이 책을 한 동안 꽤나 유용이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