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말을 걸다 - 외롭고 서툴고 고단한
신현림.신동환 지음 / MY(흐름출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엄마라는 말은 익숙하면서도 아빠라는 말은 왠지 어색한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릴 적부터 엄하기로 유명했던 아빠는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혼을 내시곤 했는데 그래서 인지 내 기억 속에 신나게 수다를 떨던 모습은 항상 엄마였고 아빠와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다. 자식이 바른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에 바로 잡아 주시려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무섭다, 라고만 어릴 때는 생각했으니. 아마 그 때부터 아빠는 외로우셨을지 모를 일이다.

가족 중 유일한 남자이자 가장인 아빠는 아마도 식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 사람의 몫을 더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무척이나 힘이 들고 고단하셨을 것이다. 사회 생활에 뛰어든지 이제 겨우 3년이 되었건만, 남의 돈을 벌어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이제서야 깨닫는 나는, 결혼 사진 속 너무도 젊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현재의 나보다도 어린 그들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창 청춘이었을 그 시절, 부모라는 이름을 하나 더 건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짐을 어깨에 올리는 것인지. 그럼에도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기만 했던 내 모습을 보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세월은 폭력임에 틀림없다. 세월이 약인 만큼 그렇다. 내게 언제나 청년 같으신 아버지의 늙어가는 모습을 뵐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흘러간다. 지금도 십팔번으로 <하숙생>을 부르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애잔하게 울린다. –본문

그토록 웅장하고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일 것만 같은 아빠는 어느 새 세월 속에 점차 작아져만 간다. 그만큼 내가 커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 속 빛이 나고 윤이 나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만 존재하고 내 앞의 그는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보듬어 드려야 할, 왜소한 한 남자로 남아 있다. 어릴 때에는 한 없이 무섭기만 한 아빠가 싫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쇠약해지신 것만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서워도 좋으니 그 모습 그대로 계셨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점차 그의 산을 깎아 내려 원래의 모습을 지워 내리고 있다.

기쁨과 슬픔, 자긍심과 열패감의 문틈에 끼여 아프게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아들에게 사랑을 전하지만 자신이 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묻기가 두렵다. 이럴 때 아내가 아들에게 물어봐 주면 참 좋을 텐데, 아내와의 사이도 그다지 쉽지 않은 그다. –본문

언젠가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라면서 초등학생이 아빠에 대해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냉장고나 엄마, 강아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씩 나열하고 있지만 도통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보며 피식 웃기는 했지만 그리고 나서 밀려드는 씁쓸함에 계속 되뇌게 되었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존재의 이유인 듯 비쳐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과연 아버지의 자리는 어디쯤인 것인가. 저자의 말마따나 가족 안에도 사회 안에도 완벽하게 편승하지 못한 그 어디쯤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디에도 편승하지 못하게 우리 스스로가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불 꺼진 소파에 누워 있다 보면 정말 참담합니다. 많이 억울하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아버지는 속으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들이 마시는 소주는 시인 김현승의 시구처럼 아버지의 눈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생계걱정으로 어둠 속에서 찬바람에 휘휘 떠밀려 가는 회색 구름처럼 불안할 것이다. –본문

이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각기 저녁을 먹다가 요 몇 년 동안은 웬만하면 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아빠와의 관계 역시 많이 가까워 진 듯 하지만 서도 아직 엄마와의 관계만큼 비견할 바는 아닌 듯 하다. 식탁 위에서 어색한 듯 툭툭 뱉는 그 이야기 속에서 정감이 있고 자식들의 걱정이 묻어 있다는 것을. 서른이 넘은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 갑작스레 무얼 한다기 보다는, 그저 용돈을 드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며 말 동무가 되어 드리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 오늘부터 조금 더 아빠와 함께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우리의 시간 역시 한정이 되 있는 것일 테니, 뒤늦게 후회하지 않게 오늘부터라도 말이다.

조금씩 마모되는 건물처럼, 바위처럼 자잘한 상실 속에서 삶은 더 익어간다. 나이 든 아버지들에게 그동안 살아온 경험과 지혜가 있다. 어떻게 흐를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우리의 생. 항상 건강을 살피면서 성실하게 일하고 죽음을 준비하듯 살아야 함을 아버지들에게서 배운다. 내 작별의 날들도 생각하면서. –본문

아르's 추천목록

아버지의 일기장 / 박일호, 박재동저

독서 기간 : 2013.09.22~09.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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