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무간도나 본 시리즈, 근래에 보았던 신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 해지곤 한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다른 소속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목을 죄어가야 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해내는 인물들을 보면, 그저 관망하는 자세로 그들의 삶을 염탐하는 것은 언제나 YES이지만, 내가 직접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 매일 심장을 쥐어 짜며 살아야 하기에 단번에 NO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레오 마르틴은 내 진짜 이름이 아니다. 독일 정보부의 작전 부서에서 나에게 지어준 것이다. 즉 내가 정보요원으로 일하는 동안 자신을 위장하는 데 사용했던 많은 이름들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독일 정보부에서 내가 맡은 임무의 핵심은 정보 확보로, 범죄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정보원으로 포섭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 –본문 멋있어 보이는 그들의 역할을 보면 우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화려하기보다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일 테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 본심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에 대해서 동경한다기 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영상 속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일상을 궁금해 본적도 없는 듯 하다. 왜 이 책을 보기 전까지, 특수한 임무를 안고 적진으로 향하는 그들이 어떻게 그 곳에서 정착을 하고 그들의 신임을 받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저 요원들의 출중한 능력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던 것을 떠올리면서,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것 그 물음을 가지지 않았던 나에 대해서 책망하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직책이나 임무를 뛰어 넘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어떻게 사람들의 신임을 받고 믿음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무언가 우리와는 다른, 초능력과 같은 신비한 기술이 있을 것만 같아 내심 기대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그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우리 주변에서도 쉬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소통이란 없다. 우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것일 따름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신문이 그렇게 재밌어?” 하고 묻는 속내가 무엇일까? 혹시 대체 언제 신문 읽기를 끝내고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거야 하고 다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루를 보내며 우리는 많은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액면 그 이상의 뜻이 들어가 있다. –본문 저자와 같이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든, 일반적인 우리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이전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 안에서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일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그렇지 않음에도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그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만 해야 할 때,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어떻게 행동을 했던 것일까? 상대방의 가치를 애써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잡아내는 족족, 당신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계속 자신을 교정해야 한다. 차츰 당신은 자신에게 알맞은 길을 찾아내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유쾌하고 여유로운 기분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줄 길 말이다. –본문 읽는 동안 비밀 요원이 되어 타인을 마음을 얻는 다는 것이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멜레온처럼 자신이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다가가면서 그들과 닮은 듯 행동하라, ㅡ 예를 들어 드레스 코드를 맞춘다던가 혹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거나 ㅡ , 장소를 바꾸어 가며 자주자주 만나라, 우연한 만남을 연출하라 등등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들이기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기대한 나로서는 살짝 실망이 밀려들기도 했다. 하기야,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을 미루고 다양한 이유들이 얽히고 설켜서 시간을 내기가 힘든 요즘, 누군가에게 이렇게 시간을 들이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마음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 적인 요건이면서도 핵심 포인트이긴 할 것이다. 특수 요원들의 특별한 방법을 바라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을 배운다, 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정보요원의 특별함이 주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