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숭배하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나서, 언제나 그렇듯 커다란 사건의 발생이 아니라 그 이후가 중요하기에 2권은 바로 이 혁명적 사건 이후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고 있다. 1권에서는 루이 16세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던 내용이 그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어느 하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무언가 커다란 쓰나미가 지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복구가 안된 혼잡스러운 모습을 그래도 나타나고 있었다. 증오가 파리의 대기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도시의 온도계는 공포라는 온도에 고정되어 있어.” –본문 백성들은 루이 16세만 사라지고 나면 자신들의 모든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목표는 그의 죽음이었고 그 목표가 달성되고 나서 왕정정치 역시 막을 내리지만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도래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배고팠으며 여전히 그들에게는 유용한 돈이 없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루이 16세를 처단했음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은 오히려 민중들에 의한 권력으로 인해 공화당파에 의한 내란이 발생하고 로베스피에르에 의한 공포정치가 계속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거룩한 기요틴이 매일매일 힘차게 일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상퀼로트에 이끄는 에베르는 반복해 말하며 명령했다. “입법자들이여, 공포정치를 의제에 올리시오!” (중략) “공포정치를 의제에 올리시오. 그러면 여러분을 흔드는 왕당파들과 온건파들, 그리고 반혁명의 천한 무리는 순식간에 사라지게 될 것이오.” –본문 왜 이토록 그들은 잔인한 공포 속에서 자신들을 밀어 넣었던 것일까. 본래 인간이 악하다는 성악설이 떠오르기도 하는 갖가지 장면 속에서 통제해 줄 수 있는 국가나 사회의 시스템이 없었기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손에 의해 이룩한 혁명 속에서도 여전히 백성들은 굶어 죽거나 혹은 기요탄 위에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이나 진배 없을 만큼의 허덕이는 삶을 계속 이어나감에도 백성 그들이 지탄하고 바로 잡고 싶어했던 지배층은 여전히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었다. “당통의 피투성이 머리를 보면서 인민들이 소리쳤다. ‘공화국 만세!’ 집행인이 사형대 주변으로 머리를 돌리는 동안, 그 머리의 눈썹이 격렬하게 움직였고, 눈은 형형했고 빛으로 차 있었다. 여전히 보고, 숨을 쉬고, 군중들의 외침을 듣는 듯했다. 머리가 방금 떨어져 나온 몸도 그만큼 건장했고, 강건했다.” –본문 이렇듯 끝나지 않을 기나긴 장막 속의 피의 축제 속에서 등장하게 된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나폴레옹’이다. 타국으로의 영토를 넓히며 승전고를 올리고 있다는 그의 행태로 하여금 프랑스는 지쳐있던 자신들의 안위를 고스란히 나폴레옹의 행진에 담아 잊고자 했을 것이다. 달라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계급의 격차. 그 격차에 따른 현실을 부정하고자 시작된 피의 향연을 잊게 해주는 나폴레옹의 등장은 그야말로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설적인 면은 존재하고 있으니, 왕정 정치에 치를 떨며 그것을 무너트린 백성들은 다시금 나폴레옹을 황제의 자리에 앉히고 있었다. 피로서 이뤄낸 그들의 혁명적인 왕정 정치의 타도는 다시금 도돌이표가 되어 그들의 앞에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재앙의 장소일 뿐이고, 정치권에는 건강한 곳이 단 하나도 없으며, 그 지도자들은 동굴처럼 손으로 더듬어 가며 나아갈 뿐이고, 빛이라고는 그들 뒤에 있을 뿐이다.” –본문 프랑스 혁명에 대한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어떻다, 라고 비교하며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의 밝은 면모라기 보다는 인간을 본성을 드러내며 혁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부정적이 면들을 좀 더 비춰주고 있었다. 광기 어린 여론의 모습과 그러한 여론은 몰아가는 정치권의 행보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으레 들어왔던 프랑스 혁명은 시민들의 평등과 자유라는 권리의 획득이라는 크나큰 업적에 비춰져 있다면 이 책은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이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각으로 프랑스 혁명을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