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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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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 속 여자 아이를 보고서 든 생각은 ‘생경하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혹은 그림을 보더라도 웬만해서는 이런 느낌이 잘 안 드는데, 뭐랄까. 겁에 질린 듯한, 그리고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마 혹은 내게 드리워진 그 시선을 치워줘. 여긴 내가 지켜야 하는 자리야, 라는 듯이 말하고 있는 듯한 이 책의 주인공인 도돌라를 보면서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느낌이 들었다.
실제 책을 받아보고서는 생경함에 놀라움이 또 한 번 겹쳐진다. 660페이지의 두께도 두께이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는 여느 백과사전 못지 않은 위풍당당함이 드러나기에 읽기도 전에 ‘정말 두껍구나, 언제 다 읽지.’라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지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다르게 된다.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아랍문자와 특유의 그림체를 보면서 역시나 낯설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체 하비비가 무슨 뜻이지? 라는 의문은 이 책의 마지막에서야 풀리게 되는데 여하튼 그런 낯선 것들에 한눈 팔리기 전에 도돌라에게 닥치는 첫 번째 시련을 마주하고선 울컥하는 마음에 다른 것들은 바라볼 새도 없이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가난 때문에 팔려가야만 하는 작은 소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전히 조혼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과 그런 와중에 물론 어른들은 그러한 풍습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이 그저 책만 보며 한탄하고 있어야만 하는 현실이라니.
무엇보다도 그런 어린 아이들을 자신의 어린 신부가 아닌 그저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그럼에도 그것이 결혼한 이들에게는 당연한 행위라는 듯 세뇌시키는 모습에서 울분이 터진다.
갑자기 등장한 자객들에 의해 남편을 여읜 도돌라는 ‘잠’이란 어린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의 어머니 역시 가난으로 인해 노예가 된 사람으로 자신의 아들이 노예의 삶을 사느니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며 그의 생사 앞에서 외면하는 와중에 도돌리는 잠을 자신의 동생이라며 거둬들이게 된다. 이렇게 하여 그들의 얽히고 설킨 운명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야만 했던 도돌라는 비의 여신이라는 슬픈 운명 때문인지 그녀의 삶은 기고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사막의 마녀로서 잠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은 그녀에게 살아야 하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마저도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래지 않다. 고작 몇 년이었으니 말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그리며 떨어져만 살아야 했던 잠과 도돌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다시 함께하게 된다. 그들이 얼굴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도돌라는 도돌라 대로 원치 않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야 했으며 잠은 중성 수술을 한 이후 그렇게 그들은 동생과 누나가 아닌 남편과 아내로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힘겹게 한 지붕아래 마주할 수 있게 된 이들에게 마냥 행복만이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도돌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허덕이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이제 다시 잠이 보살피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미래에 대해 생각해 나갈 무렵 그들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마는데 이는 어떻게도 풀 수 없는 문제이기에 잠은 그녀를 두고 떠날 결심을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고서 이 책의 제목인 ‘하비비’의 뜻이 등장하게 된다. 하비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 단어를 말하기까지 그들은 660 페이지라는 긴 시간 속에서 세상에 둘도 없이 가혹한 사건들을 견뎌야만 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누군가 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고, 어리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닌 판매하는 물건처럼 취급되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참 아리기만 하다. 마지막 순간에도 다행이다, 라는 생각보다도 어쩜 이리 가혹할까 라는 생각만 들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하비비, 라 부를 수 있는 서로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긴 하다만 제발 이 지구상에 더 이상의 잠과 도돌라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든지 하비비,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그들 스스로에게 있기를 소망해본다. |
『나 누주드 열 살 이혼녀』 / 누주드 알리, 델핀 미누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