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지리산을 종주할 때였던가, 여하튼 어느 산인가를 오르고 있을 때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 갈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별 다른 고민하지 않고 아니요.’로 답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남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직장에 연봉을 받는 상위 1%의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하고 지금의 내 자신에 불평 없이 살고 있다. 파란만장 했다면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내고 지금의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굳이 휘황찬란한 20대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위의 질문에 답을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을 아등바등하며 살고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저 흘러가듯이, 유하게 보낸 일상들을 담아놓은 것들이라 그런지, 담백하기에 쉬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마흔이 됐다.

 마흔이 되고 난 뒤 다섯 살이 지난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서른 보다는 마흔이 더 좋다는 것.

 서른에는 많이 아팠을 일들이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한다.

 서른에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냉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본문

  중고등학생 시절 인터넷에 떠도는 예쁜 그림에 좋은 글귀들이 담아있는 것들을 잔뜩 모아 놓고 혼자 흐뭇해 하던 그 때가 떠오른다. 한 페이지 넘기면 아득하기도 하고 때론 고즈넉한 사진들과 함께 소박하게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 그저 마냥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언제나 생각에만 그치게 되는 현실. 정말 큰 마음 먹고 떠나봐야지, 하며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이번 여행 괜찮을까? 라는 설렘만큼이나 왠지 모를 걱정이 늘 따라 다닌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지 않아도 될 핑계들을 죽 나열하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내게 그는 이야기 한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지.

 매일 똑 같은 증명사진을 찍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웃는 법을 잊어버렸어. 머릿속은 텅 비었어. 고개를 흔들면 빈 깡통 소리가 나.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중략)부디 멋진 여행이 되기를 바랄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여행은 낭만적이지도 않고 지루할지도 몰라. 위험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우리는 마른 수건처럼 따분한 일상을 어떻게 견뎌야 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해. 내일부터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건 정말 다행이야.” –본문

세상이 멸망한다면 그 날은 제발 월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사뭇 공감이 되고 가끔씩 새로운 장소에서 익숙한 풍경을 맞이하면서 그 생경한 감정이 조합되어 과거를 회상해 보기도 하며 어느 새 그가 가는 길목마다 동행인이 되어 함께 걷게 된다.

 언제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지,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조만간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터벅터벅 별 생각 없이,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있으면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면 일단 해 보고 후회하는 편이 나을 테니 무작정 그가 갔던 대로 떠나봐야겠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어.’

 갈까 말까 망설일 때, 이렇게 중얼거리며 신발 끈을 질끈 묶는다. 그리고 문을 나선다.

 내가 보낸 여행의 시간들 대부분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두려운 반

 설레임 반

 눈 딱 감고 그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 후지와라 신야저

 

 

 

   

 

독서 기간 : 2013.07.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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