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관한 진실 - 우리가 거짓을 사랑하는 이유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희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거짓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짓과 진실의 접목이기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건 왠지 함께 있으면 안될 것만 같은 것들의 조합처럼만 느껴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신랄하게 거짓에 대한 그 모든 것들을 밝혀내려 하고 있다. 다른 것으로 명명되고 있으나 거짓의 탈을 쓰고 있는 수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 보았던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초반에 소개팅 자리에 나온 남녀의 모습으로 거짓이 없는 세상에 대해 여실히 보여주게 되는데 남자의 생각은 어떠할 지 몰라도 여자는 그 남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전화 너머로 현재 소개팅 남자가 어떠하냐는 질문에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외모는 어떠하고 그는 자신과 더 오래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소개팅 남자의 바로 앞에서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영화라는 가상 공간을 벗어나서 현실이었다면 왠만해서는 상대방을 바로 앞에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하며 둘러대고 있었을 것이다.

거짓말, 이란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인 의미가 먼저 급습해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돼, 거짓말은 나쁜 거야, 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을 돌이켜 보면 거짓말을 하면 안돼, 라고 말하는 그 순간마저도 그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사는 동안, 아니 길게 보지 않아도 매일 얼마나 많은 거짓으로 함께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니 말이다.

진실이 지구 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진실을 날조하고 은폐한다는 사실, 그리고 대다수는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또 다른, 더 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진실을 특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동하는 것이다. –본문

얼마 전 읽었던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매일 아침 상인들은 거짓을 팔기 위해 길을 나선다고 했다. 과연 상인들이 파는 거짓은 무엇일까? 그들은 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욱 좋은 면을 부각시키고 감추고자 하는 부분들은 예쁘게 포장하는 기술, 바로 그것을 브레히트는 거짓을 파는 것이라 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위와 같은 진실이 숨겨져 있는 이면이 것들 혹은 거짓의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예언이라든가 추측, 심지어는 선입견 등에 관해서도 망라하여 그 안에 가미된 거짓의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완벽하게 안다라는 표현은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조건이다. ‘선입견 없는이라는 표현은 차라리 말의 모순에 가깝다. ‘선입견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의 총칭이다. 만약 우리가 끊임없이 악의적인 선입견을 범하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행동하기 전에 조금 깊이 생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것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선입견은 바로 알고 사용한다면 삶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본문

넘실거리는 광고의 물결 안에서도 거짓의 유혹은 계속된다. 매주 추첨을 하는 복권들도 그렇고 어떤 것을 사지 않는 순간 괜히 내가 더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을 가중시키는 매체의 모든 것들 안에는 오도이자 거짓이 담겨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거짓의 세상 안에서 살고 있는 것과 진배 없는 거짓과 친숙하게 지내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있기에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지, 어디서나 거짓은 꿈틀거리며 존재하고 있었다. 거짓이라는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 보다는 어디까지 거짓이라는 녀석이 숨어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거짓의 진화가 어디까지일지는, 그리도 또 얼마나 많은 거짓 속에서 살게 될지 가늠도 되지는 않지만 그 동안 거짓과 살아온 시간이 나쁘다기 보다는 그랬구나, 라며 유쾌하니 한 번 웃어 줄 수 있는 책이었다.

독서 기간 : 2013.05.14~05.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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