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빈하면 조선시대의 가장 표독스러운 여자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투기의 화신이었으며 마지막 사약을 받는 장면은 드라마로 재연될 때면 그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한관심이 쏠리곤 했었다. 한 시대의 국모로서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그녀는 왜 이렇게 악녀로만 남아야만 했던걸까. 웬만해서 드라마를 보지 않던 터에 우연치 않게 장희빈 사랑에 살다, 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장희빈이 아닌 장옥정으로서의 삶을 비춘다는것이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바느질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닮아 역관으로서의 능력도 출중했다는 모습과 표독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여성스러운모습을 보면서, 그녀도 한 남자의 마음을 얻고자 하던 천상 여인의 모습이었다. "저의 마지막을 지켜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너의 마지막이라니." "중전 마마가 승하하실 때 전하께서는그 마지막을 지켜주셨습니다. 슬프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그때 저도 가슴에 같은 소망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광영은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그저 죽을 날을 받으면 사가로 돌아가 조용히 홀로 맞는 것이 궁녀의 마지막이 아닌지요?." -본문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사람일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기에 어느 것이 사실인지 알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숙종이 진정 장희빈의 미모에 홀려 베겟송사로 국사의 길을 잃게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인현왕후와 장희빈 두 여인의사이에서 남인과 서인간의 권력을 쥐락펴락 했던 것인지. 그것은 기록한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몫일것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는 하나 그 동안의 전해졌던 시선이 아닌 한여인으로서의 삶을 조명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사씨남정기나 그간 다뤄졌던 장희빈이나 모두인현왕후는 천상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장희빈은 그 누구보다도 극악한 여자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던 장희빈은 그토록 악녀였으며 숙종은 그녀의 치마자락에만 홀려 있었을까?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간의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숙종의 환국정치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전하는 처첩 간의 갈들을 이용해 서인과남인으로 하여금 대리전을 치르게 하셨지. 그리고 그때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셨다. 나와 희빈 장씨를 번갈아 쥐었다 폈다 하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신 것이지.내가 중전의 자리를 다시 찾으면 기쁠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어. 위안이 되는 것이 없진 않다. 가문이 다시 일어서고 왕비로서의 자존심을지킬 수 있게 된 것! 그 사이 전하께서는 시시때때 중궁전의 주인을 바꾸는 동시에 환국을 주도하셨지. 그리고 그를 통해 왕권을 강화해나가셨다. 결국은 희빈 장씨와 나모두 그분의 희생양이었던 것이야. -본문 마지막 장면에서 숙종은 장옥정에게"나를 위해 죽어달라"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정치 기반은 물론 차후 세자가 될 자신들의 아들을 위해서라도. 한때는 사랑했지만 권력의 이름 하에 그 연심마저도 이용당해야 했던 마지막의 모습에서 한 여자의 한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소설을 통해서 한 인물을 평가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기에 그것이퍼지는 순간 기정사실이 되고 그 이후부터는 오롯이 그 틀 안에서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 최대의악녀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배후에 의해 희생당했던 한 여인이 맞는 것인지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녀도 그저 한 여자였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 책에 푹 빠져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