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 박광수, 행복을 묻다
박광수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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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박광수, 라는 이름을보는 순간 '광수생각'이라는 만화가 떠올랐으며 그래서 박광수가집필했다는 이 책 역시 광수생각과 같은 느낌의 만화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래되었지만 그 당시 읽었던 광수 생각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그럼에도 왜 광수 생각이 아닌 민낯이라는이름으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은 책을 펼치는 첫 페이지에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광수 생각과는 다른 책이다. 보통사람들의진심 담긴 이야기들. 그들이 사는 동안의 행복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바로 민낯이라는이름으로 재 탄생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가면을 벗고 화장을 깨끗이 지워낸민낯의 보통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과 맨얼굴을 마주하고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통해 지나온 내 삶도 뒤돌아보고 싶었다. -본문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화장기사였던 이해로씨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기때문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몰랐던 화장기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과 마주하고 있기에 그리고 여자로서는 그다지 선택하고 싶은 삶은 아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과 걱정으로 그리고 한 켠으로는 쉬이 만날 수 없는 사람이자 여자의 삶의 호기심으로 그녀를 보고 싶었던것이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고 있지만 딱히 죽음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않은 그녀에게 죽음은 그저 낮과 밤과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타협하기보다는 외롭게 지내는 것이낫다며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삶은 아직 나보다는 어리지만 훨씬 깊고 험난했던 인생길을 걸어 왔다. 하지만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담담히 이야기 하는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저자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생각했듯이 그저 말 없이 꼬옥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말과함께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세상에나랑 꼭 닮은 사람이 한 명 살고 있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치유해주지 못하는 건 나를 모르기때문이고 나와 달라서니까, 아주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서로 치유해줄 수 있지 않을까." -본문

책의 단면의 다양한 색깔처럼이나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있다. 아마 살면서 마주할 기회조차 없을 사람들이었지만 저자덕분에 나는 편하게 이 곳에서 그들의 인터뷰에 함께 동참할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게 되었던<어둠 속의대화>운영자인 송영희씨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가지고 있었던 선행에 대한편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타인을 위한 선의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선의인지에대해 이제서야 생각해 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냐면, 도움을 받을 상대의 의사를 묻지도 않아요. 시각 장애인의 길을 가다헤매거나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일단 잡아끌거나 소리를 질러요. 어느쪽으로 가라고,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알게.

지금 이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할까 아닐까를 고민하고 묻고 손을 내밀어야하는데 그냥 자기 상식으로는 '나는 이 사람한테 도움을 줘야 돼'하면서다가오는 거죠. -본문

무엇보다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맨 마지막 인터뷰 대상. 바로 나였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나를 인터뷰하고 있었고 앞의 인터뷰자들의이야기를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대답하고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만 같던 행복에 대하여 과연 우리는 사는 동안 누군가에게행복하세요? 라는 질문을 하고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수 만큼이나 각기 각자의 삶과 행복이 있는 만큼 일관된 행복이 아닌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행복에 대해 아무 꾸밈없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의 무게가 가볍지만따스하게 느껴진다.

나는 위대한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대한 삶이 있다고 믿는다. '어떤위대한 영혼을 지닌 이도 혼자 있을 때는 코딱지를 판다'는 주지의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영혼의 무게보다삶의 무게를 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세상 사람들이 평범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삶이라는것의 위대한 흔적을 찾아보고자 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허명을 얻은 유명인만이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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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편지』 / 박시호저

독서 기간 : 2013.05.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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