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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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침에 알람 소리로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정해져 있는 패턴대로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준비를 하고 얼마 후 도착예정이라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그렇게 도착한 책상 위 모니터를 마주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 순간 시간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간의 틀 안에 갇혀 사는 우리는 그 안에서도 더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서 매 순간 노력하고 또 확인하고 있다. 대체 시간이 무엇이길래. 눈금을 지나치는 막대기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는 왜 이토록 종종거리며 혹은 때론 지루해하며 시간에 목매고 있는 걸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제목이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이 아닌 시간여행이라고만 생각했다. the time keeper라는 원제를 본 잔상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세 사람의 삶 안에서 각자의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인생을 조명하고 있으니 인생여행은 이 소설 속 주인공 세 사람을 모두 포괄하는 지칭이었다.

어느 날 햇빛 아래 막대기의 그림자 길이가 조금씩 달라진 다는 것을 발견한 도르는 그 때부터 줄곧 그림자가 의미하는 것들을 분석하게 된다. 만약 도르가 이처럼 시간에 대해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숫자의 압박을 모르고 살 수도 있었을까? 매일 아침 눈뜨며 비몽사몽간에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쫓기듯 하루를 시작하고 그 안에서 아등바등 하고 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도르는 그렇게 형벌을 받고 있었다.

바로 그가 처음으로 알아낸 그것, 인간을 존재의 빛으로부터 더 멀리, 강박의 어둠으로 더 깊이 밀어내는 그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애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형벌.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시간은 그를 제외한 모두에게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본문

.도르 덕분인지 우리는 항상 시간이 가르키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렇가면 도르가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간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던 그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잠시 시간을 멈추고자 했다. 그는 병든 아내를 허무하게 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거스를 수 없는 시간에 반하여 인위적인 힘을 바라고자 했던 그는 오히려 그 자신만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 시간을 원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동굴 안에 혼자 남아 듣는 형벌을 받게 된다. 아내의 생사조차 알 수 없이, 도르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허락된 그 시간의 흐름을 그는 수 많은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욕망에 대한 바람만을 들으며 지내게 된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순간 그의 형벌도 끝나게 될 것이라 했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그 찰나 도르에게 인간과 같이 시간이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임무가 하나 주어진다. 바로 또 한 번의 인생을그만 끝내주세요의 두 주인공을 찾아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는 메탈과 같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했다. 그렇게 되면 시간에 구애 없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시황 또한 불로불사를 원했고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꿈꿨을 영생을 몸소 체험했던 도르는 그러한 불가능을 꿈꾸는 인간을 대변하는 빅토르에게 현재를 즉시 하지 않던 자신의 후회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버리려 하는 세라. 그녀는 그녀 앞에 엎마나 아름다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오로지 현재의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신이 사람의 수명을 정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도록.” –본문

너무 많은 시간을 바란 빅토르와 너무 적은 시간 만을 원하는 세라.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시간의 길이보다도 아내가 아파했던 그 순간, 그 때로 돌아가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아 주고 싶은 도르와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동안 시간의 굴레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 세 명의 인생으로 말미암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실수하거나 잘못된 길에 들어설 때 즈음 도르와 같은 시간 지배자가 나타나 당신이 이 길을 가게 된다면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일생이기에 모두 처음 가는 그 길이기에 버둥거릴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라나 빅토르처럼 우리 스스로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하기 위해 오늘을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만큼의 사탕이 우리의 바구니에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모두 사탕바구니를 안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 안에 얼마만큼의 사탕이 들어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이 지금 흐르고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인간이 된 도르는 시간을 멈추기 위해 탑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아내 곁으로 뛰어간다. 꼬옥 맞잡은 손의 온기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그 찰나의 행복을 깨닫는 그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빅토르를 보면서, 낭떠러지라고 생각했던 그 시점부터 다시 일어서는 세라를 보면서 나는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라건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혹은 더디게 지나가기를 이라는 바람은 여전히 바람일 뿐이고 현재는 나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이 능률을 위해,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는 모든 것? 그건 만족을 주지 않아요. 오히려 허기져서 더 많은 일을 하게 하죠. 인간은 현재의 자기에게 집착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시간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그는 빅토르의 눈에서 손을 내렸다.

삶은 재는 것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분명히 알아요. 내가 그 일을 한 최초의 인간이니까요.” –본문

아르's 추천목록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 프랑수와 를로르 저

 

독서 기간 : 2013.05.07~05.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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