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와 나 예술가와 나
밀라 보탕 글.그림, 이상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빛에 따라 변하는 모습들을 자유로이 그렸다는 르누아르. 그의 이름은 몇 번 들어보기는 했으나 내겐 인상파 하면 모네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인지, 어떠한 그림들을 그렸는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자연에서 보이는 순간적인 모습들을 화폭에 담았다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있어 빛은 신비로운 존재였을 것이다. 동일한 사물 혹은 사람이라고 해도 빛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강도인지, 어느 방향에서 드리우는 것인지 등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은 천차만별이 되니 말이다. 동일한 나뭇잎이라고 해도 햇살이 드리우는 쪽은 조금 더 밝고 영롱한 초록색을 띄게 된다. 빛을 한 웅큼 담고 있는 나뭇잎은 딱 초록색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그 안에 수 많은 색이 담겨 있기에 아마도 인상파 화가들은 그 순간을 초점에 맞춰 자신의 눈에 투영된 순간을 캔버스에 담고자 했다.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그린 화가가 바로 르누아르입니다!

우리는 르누아르를 빛의 친구, 행복의 화가라고 부르지요.

물감을 살 수조차 없는 어려운 시절에도 이렇게 말했어요.

끼니를 거르는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네.” 라고 말이죠 본문

밝은 색채의 대가라는 수식어만큼이나 그는 캔버스 앞에서 자유로이 움직였다. 하나하나의 붓 터치를 통해 색채가 뒤범벅되어 버린 듯 하지만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그의 그림은 하나의 작품으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살아난다.

그의 그림 안에서 흰색 물감은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색으로 변신하게 된다. 위 아래 그림 모두 흰색은 흘러내리고 있는 시원한 냇가의 물결을 표현하고 있으며 때로는 잔디, 때로는 꽃으로 표현되고 또 부산히 움직이고 있는 그녀들의 치마자락 사이의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나타난다.


특히 야외에서 보는 자연의 풍경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었죠. 때마침 화학자들이 튜브에 담긴 물감을 발명했어요. 덕분에 젊은 화가들은 훨씬 쉽게 물감을 가지고 나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답니다. –본문

꽃은 흰색의 꽃이 있기에 그렇게 표현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잔디와 물결, 치마의 주름마저도 흰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흰색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가 아닌 그림 안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라서 어색해 보이지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에서 이 부분들이 흰색으로 표현되었다는 말이 없었다면 그냥 그대로 그림을 보고 넘어갈 뻔 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 그림은 르누아르의 눈을 통해 비쳐진 여인들이 빨래 하는 그 장면이 그의 손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마치 그가 그 순간을 보듯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풍경화 보다는 인물화에 더욱 애착이 간다. 화면 가득한 인물들의 그림을 보면 아늑하면서도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르누아르는 캔버스 안 모델들을 모두 사랑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피아노 앞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 두 소녀를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그들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러 장의 그림을 만나는 동안, 작품 명을 알 수가 없어서 아쉽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맨 마지막 장에 이 책 안의 모든 그림에 대한 작품명 및 현재 전시 혹은 보관되어 있는 곳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30분 여 만에 금방 읽을 수 있는 두께라 부담 없이, 편안하게 르누아르를 만나는 동안 그의 그림 속에 폭 빠진 듯 하다. 경계 선이 없음에도 구분되는 그림 속 인물 및 풍경들과 같이 이 책 이외의 그의 작품들을 만난다고 해도 그의 그림이라 지레짐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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