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 지금의 '나'로 더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마스노 슌묘 지음, 황미숙 옮김 / 라이프맵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몇 살 때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어른이 되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초능력 같은 힘이 생기는 거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나도 이제 어른이라서 다 알아요, 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이제 그 누가 봐도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게 된다. 어른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구나 라고 말이다. 무엇을 하든 처음이 있기 마련이고 어른들도 항상 처음인 것들이 수두룩하기에 실수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나씩 배우면서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피할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 하는 것들뿐입니다. 인생을 두 번 세 번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생인 것입니다. (중략)

첫 경험이니 처음부터 모든 것이 원활할 리는 만무하겠지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처음 하는 일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에는 또 처음으로 죽음을 맞이하지요. 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본문

둘 이상만 모이면 하게 되는 타인에 대한 평가. 누구는 어떻다더라, 그 사람 성격은 어떤 것 같더라 등 피상적인 조각들을 모아서 우리는 타인을 평가하고 으레 사람들을 내가 하는 한도 내에서 구분하고서 판단하게 된다. 한 때 만나기만 하면 무슨 혈액형이세요? 라고 물으며 혈액형 하나로 마주한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을 판단하고 그럴 것이라 구분 짓는 것처럼 우리는 불필요한 과정과 쓸데없는 판단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선인과 악인이라는 이분된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에는 이런 사고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선하게 태어나는 까닭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아름답고 새하얀 마음으로 이 세상에 나옵니다. (중략)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사람의 선악을 정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소문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 등이 큰 영향을 미칠 것 입니다. 색안경을 낀 채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지요. -본문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처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 여정이라는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오늘도 하나라도 더 소유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것만을 위해 수직으로 상승하기만을 고대하며 살고 있다. 연봉이 더 오르기를, 더 빨리 승진하기를 등등 처음에는 취업만 하면 그 어느 것도 바랄게 없겠다, 싶었던 초심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그러들었고 손에 갈퀴가 달린 것 마냥 더 많은 것을 가지기 만을 바라고 있다. 아직 젊음이라는 기반이 있으니 이 정도의 욕심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며 이러한 내 모습에 합리화를 시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 자신에게 여유도 사라지게 되어 매일이 조급한 것도 사실이다. 왜 나는 나의 인생 안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매일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혜능선사의 이 말씀 외에 또 다른 선어도 있습니다. 바로 무일물중무진장입니다. 인간은 본래 무일물로 태어났지만 또 동시에 무진장으로 넓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습니다. 무진장의 가능성이란 사회적인 지위나 재산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 수 있는가를 뜻하지요.

잊지 마십시오.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마음만이 저 세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본문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이 책 속의 가르침들을 잊고서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나아가야 한다며 내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힘들지,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하며 책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잘나가는 이들을 보며 질투를 하기도 할 것이고 내가 서 있는 곳의 모든 것들을 갈아치우고 싶은 심정으로 울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책을 꺼내 들고 산책을 가봐야겠다. 지금도 그랬듯이 잠깐이라도 내 어깨를 짓누르던 것들을 이 책 안에 털어 놓고는 한결 가볍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