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들을 놓치는 경우에는 나중에 보면 되지 하면서 꽤나 관대하게 넘어가기 마련인데 다큐멘터리를 제때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발을 종종 구르며 안타까움이 밀려들곤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은 서서히 정화되면서 차분해지고 겸허해지는 그 느낌이 좋아서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큐는 꼭 챙겨보는 편이다. 영장류 중의 최상의 층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들과 같은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이 지구상의최고의 종족이라는 듯 으스대는 모습을 보자면 광활한 자연 속에 인간 역시 작은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나름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그들 나름대로 자연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서로 자신들의 위치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비록인간과 동물간의 대화가 이뤄질 수 없기에 인간보다 진화가 덜 된 혹은 하위의 개념으로 동물들을 배치하고 바라볼 수는 있으나 이는 명백한 인간이가진 자만이자 위험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연으로돌아가 동물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전달하려 한다. 그런데 지금, 사람은 왜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와 그들이 주는축복에서 멀어지게 된 것일까? 왜 ‘사람’과 ‘동물’을 구분 지으면서본래 친구였던 그들과 이별했을까? 심지어 사람은 동물이 멍청하고 영혼이 없는 존재라며 업신여긴다. 그 결과, 그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잃고 말았다. –본문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동물들이주인공이다. 항상 보아오던 동물들의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특정한문양과 색채가 어우러져 그들의 특징을 그림들이 가득하며 스르륵 넘겨 보면 왠지 모르게 그 안에서 신비로운 느낌들이 이 책에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남자는 다 늑대다, 라는 말처럼 무언가 엉큼할 것만 같은 늑대는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명과 짝을 이루어 평생을 산다. 자식에게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이기도 하는데, 보통 홀로다니는 늑대를 많이 봐 왔던 터라 그들이 함께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족을지키려는 책임감 또한 강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높은 그들을 보면서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무형의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을 드러낼 것을 조언하고 있다. 도도하게흔들림 없이 뚫어져서 시선을 내게 고정하고 있는 늑대를 보노라면 절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된다. 우리는만만한 존재자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만큼 당신도 명확히 보기를 바라지요. 우리는새끼들이 미래의 주인공임을 알기에 그들을 사랑하여 지혜를 가르칩니다. (중략) 우리는사나워 보이지만 헌신적이며, 열정과 자유를 가진 동물로 항상 당신 안에 존재합니다. –본문 페이지 마다 끊임없이 동물들이 등장하면서다급하거나 억압적인 느낌 없이 조용히 하지만 묵직하게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인간에 의해 발전되고전달되는 지식의 틀을 벗어난 동물의 눈에 의해 전해지는 지식은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그저 동물로만 바라본내게 그들은 나름의 철학과 그들이 품고 있던 지혜에 대해 전달해 주고자 한다. 죽음의 길목에서 안내자 역할을 할 것만같은 까마귀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자신의 가능성을 심호흡을 통해서 깨우라고 이야기 하고 먹성만 좋아 보이는 돼지는 새로운 것들에대한 끊임 없는 탐구를 하며 인생을 즐기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왠지 징그럽기도 하고 낯설어서쉬이 다가가지 못할 도룡뇽도 이곳에서 만큼은 현실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움에 도전하라고 주창한다.
포큐파인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된 동물인데 언뜻 보면 고슴도치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가시가 아니라 뻣뻣한 깃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형태라고 하는데 생김새와 다르게 굉장히 순하고 겁이 많다고 한다. 어떠한 녀석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은 소박하면서도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산다고 한다. 뻣뻣한 깃털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부터 어떻게 자신들을 방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포큐파인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강하게 하여 거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만약남들이 당신을 궁지로 몰아붙인다면, 그냥 당하지 마세요. 때로는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음식, 온기, 새끼들, 그리고삶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과 같은 일에만 관심을 두지요. 당신에게이런 우리의 삶이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우리에게 세상은 경이와 환희로 가득한 곳이며, 우리는 늘 행복합니다.–본문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물들의 생활을 보며탐닉하는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 동안 보내왔다면 이번에는 역할의바꿔동물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60마리의 동물들이 바라보는 우리는 어떠한 모습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인지, 이전에는 함께 했다던동물과인간의 교감을 이제서야 다시 이어 붙여 나누는 느낌이다. 조용조용히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듣고있으면 어느새마음마저 편안해져 그들에게 푹 빠져드는 것이 볼 수록 마력 돋는 마법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