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모나리자를 그린다면? - 모나리자로 알아보는 서양 미술사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
표트르 바르소니 지음, 이수원 옮김, 이명옥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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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던 것 같다. 어릴 때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 두 번씩 미술관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매번 책 속에서만 봤던 그림들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똑같은 그림이다!’ 가 아니라 늘상 보았던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니까 무언가 다르긴 하구나.’ 라는 것을 느낀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이 어떠하였으며 인상주의가 어떠하고 입체주의가 어떠하다, 라는 단순한 정의에 대해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품을 보고서는 그 작품 안에 담긴 전반적인 의미를 통해 모든 것을 아울러 보고 싶었지만 파도 치면 사라지는 해변 위에 쓰여진 글자들처럼 안다, 라고 인식하는 지식들은 일회용으로 증발되기에 작품을 앞에 두고 단 한 순간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인식하고 느낀다,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이토록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 피카소가 모나리자를 그린다면, 이라는 이 책은 혁명과도 같은 책이 아닐 수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 모나리자를 피카소, 모네, 고갱, 마르셀 뒤샹, 앤드 워홀 등 그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그린다면? 이라는 전제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 안에는 모나리자라는 주제는 동일하지만 그들이 그렸을 법한 모나리자가 담겨 있다.

 모네는 인상주의 기법으로 모나리자를 그렸어요. 인상주의란 화가가 대상을 보고 느낀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한 그림을 말해요. 인상을 그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첫인상이란 정말 빠르게 기억에서 사라지니까요. 모네는 모나리자를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이 사라지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그렸어요. (중략)

 한편 피카소는 입체주의 기법으로 모나리자를 그렸어요. 입체주의란 큐브(Cuva). 즉 입방체로 구성된 그림을 말해요. 평면(2차원)인 캔버스에 입체(3차원)을 구현하는 미술 기법을 말합니다. –본문

반 고흐가 그렸을 법한 모나리자를 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둥글둥글한 선으로 그려진 것들 때문인지, 파란색과 노란색이 대비가 아닌 조화롭게 느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그의 작품에서도 꽤 자주 보았던 기법이기 때문에 보는 순간에 아, 반 고흐의 작품을 표방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안에도 그간에는 내가 모르던 이야기들이 있었으니 바로 다음의 이야기였다.

-고흐가 그림에 담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 슬픔과 불안이었단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에 평온해졌기 때문이지.

-고흐와 모네는 모두 인상주의 화가였지만, 모네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렸고, 고흐는 마음속 깊이 느끼는 것을 그렸단다. -P12

 

 홍대를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마주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10대 아이돌처럼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모나리자는 또 다른 인상주의 폴 고갱이 그렸을 법한 작품이다. 실제 모나리자에서는 제한된 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중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면 고갱의 작품은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인상주의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동일 한 것이 아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이 한정된 페이지에 인상주의 작가들을 모두 담기에는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대로 한번 천천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쉬우면서도 재밌는 미술사이다.

고갱이 모나리자를 그렸다면 아마 이렇게 그렸을 거야. 고갱은 그림을 그릴 때 색에 신경을 많이 썼어. 고갱은 빨강을 칠할 때, “나는 가장 아름다운 빨강을 칠한다.”라고 말하곤 했지. -P14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야수파인 앙리 마티스가 그린 모나리자였다. 색이 야수처럼이나 강렬하다는 의미로 야수파라 불리었다고 하는데 야수만큼이나 추악하다기 보다는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 듯 한대도 불구하고, 당시만 해도 원작인 모나리자는 한정된 색채 안에서 중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나타낸 것과는 달리 원색적인 야수파의 그림들은 가벼운 느낌이기에 천시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처럼이나 이들의 명목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니, 현 시대에 그들이 있었다면 분명 그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남았다.

고갱을 첫 야수파 화가라고 할 수도 있어 야수파는 비평가들이 조롱조로 우스꽝스럽게 붙여 준 이름이었지만, 야수파 화가들은 이 이름 아래 함께 모여 홍보 효과를 누렸지- P19

딱 한 눈에 보아도 피카소의 작품일 것만 같은 그림. 하나의 시선으로 그렸을 경우 다른 방향에서 보는 형체를 그릴 수 없기에 그는 한 작품 안에 다양한 구도를 함께 담아 그렸다고 한다 

 

 

내용 중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프란시스 피카비아였다. 인상주의에서부터 오늘날의 모든 미술 역사 안에서 발휘되었던 사조들을 담으려 했다는 그에 대해서 뒤샹과 친구였지만 그보다는 부유한 덕분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것 밖에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독자에게 내주는 숙제가 여기저기 담겨 있는 책 인 듯 하다.

토마토를 먹을 때는 토마토로 보지만 그것을 그릴 때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서문에서 이야기한 야수파 화가 마티스처럼 모자리자라는 한 작품을 두고 화가들이 각자 바라본 그들만의 작품을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나볼 수 있다. 단 한 권으로 미술사에 대해 모두 배운다는 것은 허망한 바람이겠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는 어떠한 그림을 마주한다면 이러한 느낌이라면 누구의 모나리자와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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