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
선묵 혜자 지음 / 아침단청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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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2월도 다지나가 버린 달력을 보며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날짜는 가고 있는데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은 것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오늘도 내 스스로를 채근하고 있을 즈음에 이 책을 펼치고 나서 만나게 되는 한 편의 그림과 시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토록 달려왔던 것일까, 라는 생각과 독서에있어서도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던 나를 잠시 놓게 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는 말이 너무 많고 지식은 쓸데없이넘쳐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그다지많지 않습니다.

더 알려고 하지 말고 아는 것을 행하세요–본문

그 동안 담아왔던것들도 체 소화시키지 못하면서 일단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했던 욕심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게 된다. 대체나는 무엇을 얻고자, 어디로 가기 위해서 나를 재촉했던 것일까. 지혜와지식은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거늘,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모른 채 부족을 느끼며 그 갈망으로 여러 우물만 덧없이 파고 있었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모금하였습니다.

모아진 성금은 몽땅 구세군 자선냄비에넣었습니다.

종교의 이름은 다르지만 베푸는 마음은하나입니다.

모든 종교는 스스로도 이롭게 하고 타인도이롭게 하자는 자리이타를 지향합니다. –본문

나는 불신자(不信者 )이다. 어떠한종교에 대해 믿음이 확고하지 않아 종교활동을 하지는 않는다지만 다양한 종교에 대한 관심 혹은 호기심은 있다. 그래서이런 종교들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갈망을 있기에 책을 들춰보고는 있으나 그것도 그다지 깊게 파고들지는 않기에, 아마도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무언가에 빠져들기 보다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인 듯하다.

그런나에게 있어서도 종교간의 벽이라 하는 편견은 꽤나 두텁게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종교에 대해 모르기때문에 이러한 편견 따위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님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모금을 했다는 저 한 줄의 문장을 읽으며, 모든 종교는 자리이타를 지향하기에 종교의 이름이 중요치 않다는 말씀에 내가 종교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가지고있는 장벽에 꽤나 두텁게 자리잡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보아도 따뜻하면서도 청량감마저일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이 구세군 냄비에 성금을 모금하는 모습. 왜 나는 그 동안 구세군 자선냄비를 하나의 종교로만 인식하고 있던 것일까. 모두를 베풀기 위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세계에만 한정하여 바라보던내 시안이 철저히 부서지게 되었다.

우리는 주인 노릇보다 종 노릇 하는 경우가많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욕을 했습니다.

욕을 먹으니 심사가 뒤틀리고 열불이 돋습니다. 이상하지요.

욕을 듣기 전엔 내가 주인이었는데 갑자기나타난 분노 앞에 말 잘 듣는 종처럼 행동합니다.

분노도 괴로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오늘은 있다가 내일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허망한 것들에 매달려 종처럼 살지 마세요.

부디 주인이 되세요 –본문

세상을 살아가는동안에 모든 사람이 나의 편이 될 수는 없다. 나만 해도 어떠한 사람은 좋고 싫음이 명확하게 나뉘어져있기에 그들 역시 나를 바라보는 것에 있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나 듣기 좋고달콤한 이야기들만이 내 주변을 떠돌지 않은 것은 자명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에는 덩실거리며 고래마저도춤을 추게 하기에 그런 이야기만을 마주하며 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내뜻대로 흘러가진 않기에 가끔은 얼굴이 붉혀지게끔 하는 기분 좋지 않은 때가 도래하게 된다. 아무리 한순간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 나를 모함하거나 험담하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때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 이야기를 한 대상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쌓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러한 때를 위해 스님의 적절한 말씀이 있었으니, ‘종’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분노의노예가 되어버리는 순간 내가 없고 분노만 남게 되는 것이기에 그 분노는 나를 집어 삼키고 그 힘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이 분노를 전가시키려 한다. 이 분노라는 녀석의 일련의 과정에 편승하게 되면 분노의 종이 되어 분노가 주인이 되어버린다.

생각해보면 그다지중요치 않는 그 한 순간 때문에 괜히 나의 마음을 흩트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욕을 한 대상이 원하는대로, 분노에 휩싸여 나를 잃어버리는 대신 오히려 별거 아니야, 라는태도로 넘기며 나를 다잡는 그 태도야 말로 좀 더 강건한 나를 만드는 삶의 지혜인 것이다.

그대는 왜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믿는건가요? 그 대는 왜 자꾸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자신을 끝없이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은아닐까요?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실,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다 된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은 학교이고 우리는 여기에 배우러온 학생입니다. –본문

보통책들과 비슷한 두께이지만 읽는 대에는 1~2시간이면 일독이 가능한 책이다. 하지만 읽는 내내 이 책만큼은 빠르게 넘기기 보다는 하나하나 내용과 의미를 곱씹으며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아마도 스님 역시 빠른 일독보다는 그 안에서의 여유와 나를 되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바라며이 책을 집필하셨을 거라 생각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을 때,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때 펼쳐보면 아등바등하던 현실 속의 나를 내려놓고 나를 만나게될 수 있는, 오랜만에 즐겨보는 호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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