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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패턴스쿨
백선엽 지음 / 랭컴(Lancom)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How are you? I’m fine thanks, and you?부터 시작한, 15년 이상 배워온 영어는 그 세월이 무색하리만큼이나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듯 하다. 모국어가 아니기에 그들처럼 단기간에 인지하고 배우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이기만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 것은 대체 왜 영어가 늘지 않을까 하는 푸념뿐이었다.
취업 준비를 위해 TOEIC 을 보고 어느 정도 점수를 획득한 이후 이력서에 한 칸을 채우는 것으로 나와 영어와의 인연은 끝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사실상 입사 첫 날부터 영어라는 녀석이 스멀스멀 내 주위를 맴돌며 그 끈질긴 인연을 쉽사리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업무상 해외 에이전트와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메일은 영어로 작성해야 했으며 회신 역시 영어로 오기에 영작 및 독해 능력은 필수였으며, 특히나 긴급상황 일 때에는 어김없이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순간들도 종종 있기에 영어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배우고 생활화해야만 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이기에 무엇보다도 대화할 때 그들이 사용하는 일정한 구문, 즉 패턴들을 얼마나 유창하게 활용할 줄 아느냐가 외국어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판가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면대면의 상황에서는 I’m~ 이라고 내 소개를 하는 반면, 전화 통화에서는 This is~ 라고 소개를 하는 것처럼 이 미세한 차이들이 아느냐 여부에 따라 진짜 영어를 하는지 아니면 영어를 따라하기만 급급하느냐로 판가름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생각나는 일화는 밴쿠버의 에이전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때이다. 이사님께 걸려온 전화였는데 당시 이사님은 유선상으로 다른 업무를 처리하고 계셨기에 나는 전화를 한 담당자에게 그는 통화 중이다, 라는 간단한 내용과 다시 전화 달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I’m sorry but he is talking now, please call him again’ 이라는 말을 전달하고 끊으려는 찰나 담당자는 너무도 급하다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약 1분 간의 이야기를 우여곡절 나누던 끝에 이사님께 전화를 연결해 드리긴 했지만 그 1분이란 시간이 어찌나 길게만 느껴지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추억이다. 비슷한 상황은 몇 번 더 이어졌고 그 때마다 나는 매번 겨우겨우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점은 각 상황 별로 내용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위의 같은 상황에서 나는 ‘I’m sorry but he is talking now, please call him again’가 아닌 ‘It appears my supervisor is talking on the phone, so he is currently unavailable.’ 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더 고급스러우면서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의미만 통하면 된다 혹은 이게 맞겠지 하며 쓰며 그들이 실상 어떠한 이야기를 쓰는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서 알아두면 좋아, 필요할거야 라는 진심 어린 충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상황에 직면해서야 ‘아, 진정 필요한 것들이구나.’ 라며 뒤늦게 깨달았다지만, 지금에서라도 그 필요성을 제대로 실감했으니 이번만큼은 열심히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내용들에서부터 테마별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 한 권이면 그 어떤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