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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시인의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 응원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곧 서른, 나의 이십 대는 좌절과 헤맴으로 끝날 건가.
뭐 하나 해 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가니 하루하루 사약을 마시는 심정이다.
많은 생각들로 몸은 지쳐있다. 천천히 잠들고 싶다. –본문
책을 펼치자 마자 만난 스물아홉, 나의 일기장이란 신현림의 이야기를 만난 첫 번째 문장에서 한참 동안 헤어나 올 수가 없었다. 그 간의 내 몸부림을 대변해 주는, 너무나 적절하고도 꾸밈없이 그 당시의 나를 꿰뚫어 보고만 있는 듯한 그녀의 고백 앞에서 일순간 마치 내 모든 것이 벌거벗겨 지는 느낌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되면 사회는 그 성인들을 축하해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미처 깨달을 틈도 없이 우리는 사회가 건넨 축배 속에서 휘청거리며 ‘드디어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 그 설레임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20대를 보내면서도 나는 시간이라는 절대 진리의 흐름이 ‘나’만큼은 피해 지나갈 것만 같은 영원한 피터팬과 같은 그 때를 보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서른이라는 그 숫자는 영영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은, 혹여 온다고 해도 나는 서른이라는 그 나이를 너무도 멋지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우먼이자 안정적인 가정의 주인공으로서 핑크 빛의 영롱한 물결만이 나와 함께 이 세계를 지배할 것만 같았다.
스물 여덟이 되면서 나는 그녀가 말 했듯이 나의 하루하루를 좀먹는 가욋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도 그렇다고 지금의 나를 내 칠 수도 없기에 그 언저리에서 무한한 방황만 하고 있었다. 하나 둘씩 결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나는 언제 즈음 떳떳한 독립을 할 수 있을지, 나는 언제 즈음 그들만큼이나 사회적으로 동등한 성공이라는 저울 위에서 휘청거리지 않게 될 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내 현실에 대해서만 푸념하고 있었다.
20대의 마지막 스물 아홉이 되어서야 그간의 풍파를 통해서 내 스스로가 조금 안정적이 되었다. 스물 아홉과 서른이라는 절대적인 간극은 1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체감하기에는 마치 수 십 년, 수백 년의 차이로만 보였던 것들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며 실상은 그다지 두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왜 나만 안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그 동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에 대해서 되뇌어 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된 것이다.
이미 서른이라는 이 시간을 지나간 그녀였기에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오늘의 혼돈은 인생이라는 수평선 속에 하나의 작은 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너무도 큰 산과 같은 서른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기에 나의 현재를 그녀는 추억이라는 도구로, 담대히 그녀의 지벅거리던 그 날을 들려주고 있었다. 우울하기도 그로 인해 세상을 등지고도 싶었던 불면증의 나락에서,또 사랑이라는 뜨거우면서도 모든 것을 가질 수 많은 없는 그녀의 서른이 다시 한 번 재생되면서 지금에서야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게 나지막한 위안 어린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우두커니 책을 보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통해 오랜만에 외숙모의 목소리를 전화 너머로 듣게 되었다. ‘잘 지냈지?’ 라는 안부 인사 뒤로 들리는 ‘이제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야지’ 라는 걱정 어린 말씀에 이제 헛헛한 웃음이 아닌 서른을 잘 보내야지 그 다음 인생이 잘 풀린다는 그녀의 말처럼 제대로 나의 서른을 보내봐야겠다라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