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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불린 소년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3
멕 로소프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발견하게 된 신이라 불린 소년을 보고선 다시 읽게 된 책이다. 이전에 읽었을 때도 무언가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나기는 하지만 도통 그 생각이 무엇이었는지가 떠오르지 않아 초반에만 다시 보면 생각나겠지, 라는 바람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 어느 새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무신론자이기에 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으나 대략적으로 내게 풍겨진 ‘신’이란 단어 속 이미지는 초인간적,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영적인 존재이다. 그는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기에 전지전능한 그가 가진 위력 앞에서 인간은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자신들의 바람들을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뉴스나 신문 기사들을 보면 가끔은 신이란 존재에 대한 원망 혹은 푸념을 떨쳐버릴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재앙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지구상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볼 때면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토록 우리는 이 고통 안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상념에도 빠져보곤 한다.
어찌되었건 무신론자이든 유신론자이든 이 책은 그 모두에게 꽤나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철저히 논픽션의 관점에서 그려진 소년이 만들어 낸 지구의 이야기는 자못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실재이냐 허구이냐를 떠나 우리가 우리를 가감 없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에 한 번쯤 읽어 봄직한 이야기였다.
신들 조차도 꺼려하는 지구. 그 지구가 신들의 포커의 판돈으로 등장한다. 밥의 어머니인 모나의 승리로 지구는 모나의 것이 되지만 복잡하고 감당하기 힘든 이 행성을 그녀는 가질 생각이 없다. 그저 그 한 판의 포커에서 승리감만을 쟁취하고 싶었던 게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생각지도 않고 있던 그의 아들 밥에게도 떠넘겨진다.
밥이 다스리는 지구는 7일의 시간 동안 그의 손을 빌어 재 탄생하게 되는데 밥을 돕는 미스터 B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지구는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형태였을 것이다.
밥의 기분에 따라 혹은 그의 실수에 따라(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구분을 못함, 고로 밥은 그만큼이나 지구에 관심이 없었다) 지구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 이변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수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한다. 밥이 험난한 꿈이라도 꾸는 날에는 어김없이 지구에도 해일이나 폭풍 등이 발생하게 되고 그가 만나던 사람과 이별이라도 하는 날에는 원인 모를 천재지변에 밥만큼이나 지구는 열병을 앓게 된다.
“왜 나를 창조했나요? 왜 뇌를 주어서 생존의 비참함을 알게 하고 수명을 주어서 죽음의 공포를 알게 했나요?”- 본문
밥의 애완동물인 에크는 모나의 도박판의 판돈으로 또 다른 희생물이 된다. 지구라는 행성에도 별 다른 관심이 없는 그였는데 그의 애완동물이라고 다를까? 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이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바랐지만 결과는 허망하게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단순히 하나의 소설로 보기에는 너무도 인간과 유사한 신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이전과 비슷하게 안타까움이 요동쳤다. 모든 것이 완벽하리라고 믿고 싶은 신이란 자리의 공석을 매운 아직은 철부지 밥이 만들어가는 지구는 오늘날의 이곳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의 뒤에 지구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미스터 B와 에르텔이 있기에 밥 이후의 지구는 달라지겠지 라는 소소한 기원을 담아 책을 덮기까지 계속 바랐던 것 같다.
밥의 지구가 오늘 날 우리에게는 더 이상 펼쳐지지 않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