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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행진곡의 설레이고달콤한 음악이 결혼식장 가득 울려 퍼지는 사이 그 곳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또 다른 인생의 시발점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들을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길목에 항상 함께 하는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을 들으며 언젠가 나도 이 음악 속의주인공이 되기를 고대했다. 바그너는 그의 결혼행진곡이 시작하는 모든 커플들과 항상 함께 하리라는 것을알고 있었을까.
그의 이름을 종종들어보았다. 중,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혹은 클래식을 들어봐야지, 하면서 의도적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며 몇 번 마주하긴 했으나 그의 음악만큼이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많이않았다. “Wagner”라는 그의 이름을 마주하고서도 나는 그가 바그너임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토록 그에 대한무관심으로 일관된 정체에도 불구하고 바그너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이 커진 것은 결혼행진곡 이후 괴테의 파우스트 칼럼을 읽고 나서였다. 파우스트의 서곡을 들으며 괴테의 파우스트와 함께 결혼행진곡의 또 다른 축복 가득한 멜로디를 담아내는 그의 이야기가궁금해졌다.
이 책이 그 무엇보다감사한 것은 책 안의 음악이 CD 2장에 함께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의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을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생각보다 얇았던 책이 묵직해 보였으니 이CD라는 부록이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꽤나 상승시킨 것만은 자명하다.
예술가들의 인생이그다지 평탄하지만은 안듯이 바그너의 인생 또한 그다지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이 세상에 있을 때보다그가 이 곳을 떠난 이후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그에 따른 선망 혹은 질타를 받고 있었다. 새로운음악의 장을 연 혁명가이면서도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을 철저히 안고 있었던, 히틀러가 사랑했던 음악가로서그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음악인이지만 음악활동만을 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그의 음악은 음악으로만 평가 받지는 않는 듯 하다. 저자 역시 바그너그가 인종차별에 대한 관념이 또렷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그 당시 유럽의 사회 풍토 상으로 비춰봤을 경우 이를 바그너만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매우 안타까워했으니 말이다.
예술가로서음악인으로서 그를 보자면 나는 그의 음악들에 꽤나 매료되어 있었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 그를 오롯이 음악인으로만 보기는 힘들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각기 사람들이 가진 자신만의 잣대로 드리우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책을 보는동안에는 그의 음악 세계에는 풍덩 빠졌던 것만큼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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