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 / 홍익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가 만들어 주신대로 똑같은 재료, 똑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같은 음식을 만들어보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맛을 그 때 먹었던 그 맛이 전혀 나질 않는다. 모든 것을 감으로 한다는 엄마의 손맛을 흉내 내보려 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주는 그 음식의 맛, 이른바 손맛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하우 혹은 비법. 음식에 관한 이러한 비밀들은 손맛이라는 미명하에 잘 드러나질 않는다. 어떻게 만드는 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한 관찰자일지라도 그 맛을 그대로 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무언가 부족한 2% 부족한 그 맛의 비밀을 이 책에서 낱낱이 밝히고 있다.

엄마는 나물을 무칠 때면 물이 들어가면 안 좋다고 하시면서 최대한 수분과의 접촉을 피하느라 어지간한 나물들은 먼저 물에 씻은 이후에 조리 과정에서 그 수분을 최대한 제거한다. 하지만 시금치 나물만큼은 다른 나물과의 조리법과는 조금 다르다. 시금치를 소금물에 살짝 데친 다음 다시 찬물에 씻는 과정이 필요한데, 매번 물이 들어가면 나물이 금새 상한다고 하시는 엄마의 걱정 어린 푸념 속에서도 이런 조리 과정을 거치는 시금치에 대해 그다지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려니 했었는데 시금치를 소금물로 데치면 푸른빛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이후 찬물로 씻어내는 것은 떫은 맛을 내는 수산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볶음밥.찬밥을 처리하기에 가장 편한 방법 중 하나 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병이 있었으니, 계란을 넣어 볶음밥을 하는 경우이다. 이전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김치 볶음밥이 생각나 김치를 송송 썰어 제법 그럴싸한 빛깔의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먹음직스럽게 붉은 빛깔 사이에 보이던 계란이 생각났다. 김치볶음밥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찰나 나는 그 계란의 고소한 맛이 생각나서 마지막에 계란을 투하한 결과 그 김치볶음밥은 밥이 아니라 빈대떡이 되어버렸다.

볶음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프라이팬을 충분히 달군 계란을 먼저 볶아준 이후 밥을 넣고 마지막에 야채를 넣은 후 간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너무 찬밥보다는 적당히 따뜻한 밥을 넣는 것도 포인트. 이것이 바로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한다.

엄마의 손맛은 이 책 안의 내용들의 그 동안의 세월을 통해 고스란히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의 미묘한 차이일지는 모르나 그 결과는 천지차이이다. 수 십 년은 족히 걸릴 손맛의 비법을 이 책을 통해서 몇 년은 앞당겨 배운 듯 하다. 요리 자체에는 관심이 있었으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제대로 없이 시도만했던 그 무모했던 시간을 이제는 다시 없을 것이라는 그 고마움만으로 이 책을 만난 것이 참 기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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