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21세기라는 혁명과도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지금 이 일들이 우리와 같은 지구 상에서 일어난 일들일까? 라는 반문과 물음표를 계속 잇게 하는 사건들이 속속 발생하곤 한다.

 명예 살인, 아동 노동 착취, 조혼 등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뉴스이며 과연 어디까지 문화의 상대성으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제기하게 하는 뜨거운 감자 임에 틀림 없다.

 10여년 전 한 프랑스 여배우가 우리나라의 개고기를 식용하는 문화에 대해 야만인이나 다름 없는 행태라며 비난을 한 적이 있다. 공개서한으로 이러한 행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아직까지 시대에 쳐진 야만적인 국가의 이미지를 벗어나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충고 아닌 충고는 비판이 아닌 문화적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행할 수 있는 단행이라며 그 당시의 선생님께서 열변을 토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서로의 문화로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명확한 판단의 선이 그어지지 않은 모호한 경계 즈음에서 휘청거리고 있던 찰나 무작정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읽고 나면 무언가 정리가 되겠지, 하는 바람과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는 복잡한 심정에서 풍습이라는 이름 하에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난 누주드를 만나게 되었다.

 니캅으로 가리고 있어도 여전히 앳된 10살 소녀 누주드. 소녀 혹은 어린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10살이라는 나이에 무색하리만큼 그녀는 자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험난한 시간을 지나왔다. 가난의 앞에서 사회나 정치, 인권단체는 물론 가족들조차도 그녀를 지켜줄 수가 없었다.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조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태어난 누주드는 그녀의 어머니나 언니들이 그래왔듯이 그녀 역시 그 삶을 따르게 된다.

 실낱과도 같은 남편의 약속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처참히 무너져 버린다. 10살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은, 발생해서도 안될 일들이 그녀의 앞에 계속 드리우는 모습에서 어떻게 이 아이가 이러한 일들을 감당해 왔을는지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결혼, 성폭행, 고된 일과가 반복되는 가운데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인 친정으로 되돌아 올 기회를 갖게 되지만 그녀의 아픔보다도 집안의 명예 때문에 이 끔찍한 결혼 생활의 종지부가 아닌 연장만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명예가 어떠한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명예살인도 발생하는 것이 그들이 살아온 삶이라고는 하지만 대체 무엇이 인권보다 소중히 다뤄져야 한다는 것일까? 문화에 있어서 상대주의란 그 어디에도 절대적인 진리가 없으므로 모두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기에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무엇이든 그 도를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라는 것이 이 책 안에 누주드의 삶을 통해서 오롯이 밝혀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삶을 구제해 줄 변호사와 판사를 만나 누주드는 다시 그녀의 나이에 맞는 삶을 되찾았다. 예맨의 어린 영웅이라 불리는 그녀의 판례는 그 이전에는 단 한 번의 사례도 없는 첫 번째 케이스라고 한다. 누주드 이전에도 수 많은 아이들은 조혼이라는 풍습을 그들의 삶이라 받아들여 지내왔을 것이다. 그 이전 세대도 그러했고 더 오래 전의 세대들 역시 이러한 삶을 살아왔기에 품습이라는 형태로 지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주드가 조혼의 불합리성을 퍼트리고 자신의 자유를 찾은 첫 번째 케이스라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녀의 용기와 그 용기를 빛나게 해준 이 시대가 다행스럽게만 느껴졌다. 더 이상 문화 혹은 풍습이라는 이름 하에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마저 훼손 시키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누주드에게 미안하지만 그녀를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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