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말미암아 노화로의 길을 가는 것은 자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는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상상하는 것 조차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새 30대의 문턱에 들어선 나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게 과연 서른이란 숫자가 올까라며 오지 않을 시간이라고만 치부했던 순간이 이젠 현재가 되어있다여전히 주름이나 검버섯이 가득한 내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도 그려보지도 않으려 하고 있지만 엄마가 외할머니처럼 손이며 얼굴에 하나씩 주름이 늘어가듯이 나 또한 그런 날들이 도래하긴 하겠지만 늘어나는 엄마의 주름만큼이나 흘러가는 시간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심정이다.

 과연 그들이라고 거울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나 했었을까주름 가득한 얼굴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행동하기도 힘든 오늘의 모습을 그들이 사는 동안에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아니아마도 그들의 생각한 자신들의 노년의 모습은 지금 이 책 안에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정정하니 그저 나이라는 짐의 무게만을 가진 채로 생을 마감하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읽는 내내 2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어르신들과 같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던 그녀는 살아 생전에 너무나 아름답고 정정했으며 지혜로운 여자였다너무도 정정하신 외할머니였기에 그녀에게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도 가족들은 노화로 인한 건망증 정도로만 생각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약으로도 늦출 수 없었던 그녀의 증세는 나날이 심해져만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끈은 절대 놓지 않으셨다.

거동이 힘든 순간이라도 혹여나 딸들이 번거로울까 자신의 방을 말끔히 정리 해 놓고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자신의 딸나의 엄마에게 통장에 돈 모아둔 게 있으니 그 돈으로 너 옷 한 벌그리고 너의 큰 딸(필자옷 한 벌 해 입어라나이도 있는데 예쁜 옷 입고 좋은 사람 만나야지.’ 라고 하셨단다이미 그 통장의 돈이 사라진 지는 오래 되었지만 뇌를 갉아 먹는다는 그 병마는 그녀에게 있어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자식들의 사랑마저도 빼앗을 수는 없었던 게다.

 

 

전직 은행원이었던 에밀리오과거나 현재나 여전히 대평한 에밀리오의 룸메이트 미겔남편을 돌보기 위해 요양원 행을 선택한 돌로레스 부인외계인에게 매일 쫓기고 있는 카르멜리나 부인이 모든 이들이 그들의 젊은 시절에 과연 이 자리에 모일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여전히 그들은 젊지만 그들을 가두고 있는 신체만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늙어가고 있다.

 이젠 제목조차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본 영화에서 인간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가져간다고 한다이 생에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우며 소중한 기억 하나 만을 가져가서는 사후의 세계에서 그 하나의 기억으로만 산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 속 어르신들은 자신의 일생에 있어서 단 하나의 기억을 찾기 위해 알츠하이머와 고군분투 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모든 것을 다 놓아 버린 순간에도 자신의 딸과 손녀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눈을 감으셨던 나의 외할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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