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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평전 - 상해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인물평전 1
정경환 지음 / 이경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위인전 혹은 국사책 안에서 몇 번 만나본 적 있던 김구 선생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일제 침략기의 시대에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일궈내고자 상해에 임시 정부를 설립하여 활동했으며 윤봉길 의사와 이창봉 의사와의 거사를 함께 도모했다는 정도가 내가 그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전부였다.
필시 이것이 100여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란 말인가? 조선시대 말기, 한말의 위태로운 등불과 같은 모습에서 근대로 넘어와서의 슬프고도 격정적인 우리네 역사를 지나 수 많은 사람들의 선혈로 지켜낸 오늘의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일까 라는 반문이 들었다. 5천여년의 긴 역사 속에 김구 선생이 지나간 자리는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이 되기까지도 그에 대해서 거의 알고 있는 바가 없었기에 책을 보는 내내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백범 평전이라고는 하나 그 안에 백범의 일대기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시대를 이끌어 오기도 하고 노자, 장자 등의 가르침으로부터 백범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恨. 고등학교의 문학 선생님은 언젠가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의 문학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에 계속된 고배를 마시는 것은 이 恨이라는 단어를 번역할 만한 그네들의 언어가 충분치 못함이라며 안타까워하셨다. 비단 그들의 언어뿐이 아니라 사실은 나 조차도 이 ‘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련함에 대해 그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니 그 한스러운 시대를 몸소 지내 왔던 김구 선생에 대해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는 없을 테지만 읽는 내내 그 시대를 지내온 그의 발걸음마다 조국에 대한 격정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서민들의 한을 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층은 되려 서민들의 한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어지러웠던 한말의 시대를 뛰어 넘고자 과거 합격으로 자신의 신분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 했던 김구 선생의 바람은 매관매직이 성황 하던 사회적 풍토로 인해 순수한 신념마저 짓밟아진다. 그런 그 앞에서 인간 평등과 반외세론을 주창하던 동학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유토피아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학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본래의 빛이 바라게 되고 1895년 일제에 의해 국모가 시해되는 을미사변까지 목도한 그는 지금과는 또 다른 김구 선생으로 재 탄생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평탄한 이 시대를 살아 온 나는 조국이 없이 살아야만 했던 그들의 모진 삶과 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신념 가득한 지난 우리의 역사를 그저 한 권의 책이나 영화 혹은 흘러간 시간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이기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겠지만 김구 선생이 바라는 대로 광복군의 작전에 의거하여 광복을 맞이하였다면 오늘 날의 우리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작전에 대해 실패 여하를 떠나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 일생 동안의 고군분투한 그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 때의 그들의 삶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진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