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의 영화 - 시간과 공간의 미로
나리만 스카코브 지음, 이시은 옮김 / B612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타르코프스키. 교양 수업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어디에서도 그의 영화를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만약 기회가 있었다고 한들 그 영화보다는 내가 원하는 다른 영화를 골라봤을 것이다.

노스탤지어는 지금 다시 본다고 해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실향민들이 그리워한다는 고향의 의미, 향수병, 이 비슷한 느낌의 단어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것들이 주는 실제의 느낌은 그저 가늠으로만 느껴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영화가 바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영상이 집합이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 유학을 떠난 주인공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다 못해 결국은 그는 다시 귀국을 택한다. 그래, 여기까지는 이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에게 남겨 있는 것은 다시 노예라는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주인공이 택한 선택이 옳은 것일까를 잘 모르겠다. 그 주인공에게 고향이란 어떠한 의미일까 부터 시작해서 타르코프스키는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일까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의 역풍을 피하기 위해 그의 책을 펼쳐 들었다.

노스탤지어라에 대한 해설을 바라고 책을 펼쳤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의 이야기들이 가득히 담겨있었다. 무엇보다도 철학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깊이를 그려내는 시간과 공간의 일탈 현상을 그리는 그의 영화 세계가 한 권의 책 안에 압축되어 있었다.

이미 그의 영화를 한 편 본 터이기에 그에 대한 벽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책 역시 녹록치 않게 페이지 마다 무게가 느껴졌다. 시간에 대해 그가 가진 근본적인 이해가 없이는 그의 작품에 대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변화과정을 영화라는 프레임 안에 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영화라고 피력하는 그는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시간의 물질적인 흐름을 필름에 담아 시간 속의 시간을 담는 것이다.

이 책 안에서 노스탤지어를 구체적으로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어떠한 생각으로 이러한 영상들을 찍으려 했는지 그가 담고자 하던 세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다시는 만날 기회 조차 없을 그와의 재회가 조금은 무겁지만 그때보다는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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