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 교과서, 나 - 청소년, 철학과 사랑에 빠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3
고규홍 외 지음 / 꿈결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답은 하나지만 물음은 끝이 없다는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펼치면서 십대를 위한 철학 교과서라는 제목에서처럼 나는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동안 빠르고 쉽게 보다는 읽는 내내 나 자신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하며 책을 읽었다. 이런 내용에 대해 생각을 해 봤던가? 이런 질문에 대해 나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혹은 나는 그 동안 왜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까? 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내 머리 속에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 윤리 과목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이해보다도 무조건적으로 A의 답은 A’라며 단순히 암기하며 시험을 겨우 보냈었기에 윤리라는 과목은 철저히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야만 하는 무시무시한 과목이었다. 목적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라는 하나의 텍스트 안에 설명만이 아닌 예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전반적인 내용의 이해뿐만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어떤 도둑이 물건을 훔치기 위해 타인의 집에 들어가 값 나가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는 동안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뎌 화분이 깨졌다고 하자. 그 순간 도둑은 그 집의 주인들이 나타날 것이 자명하며 그 이후의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집의 누구도 나와보는 이가 없었으며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도둑이 되려 방문을 열어 확인해 본 결과 그 집안 사람들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를 본 도둑은 119에 신고를 해서 그 일가족을 구하게 된다. 즉 도둑질을 하기 위해 들어선 그 집에서 순식간에 그는 범죄자가 아닌 생명의 은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있어서 목적론적인 윤리로 보았을 때 그 도둑은 비록 도둑질을 하러 타인의 집에 침입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목숨을 건졌기에 그의 행위는 타당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의무론적 윤리론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 도둑이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을 명백하지만 본래의 의도는 도둑질을 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나 행동에 무조건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답으로 가기 위한 길을 여러 개의 방향이 있을 것이며 그렇기에 단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고 그것만이 진리이기에 다른 어떠한 물음도 가지지 않는 것은 도리어 내 스스로 한계를 구축하여 틀 안에 가둬 놓는 것이다.

 나는 나의 여고 시절에, 이과 반이 14개 학급 중 3~4반만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이치라고만 생각했다. 남고에는 이과반과 문과반의 비율이 반반이지만 그 당시 여고는 대게 문과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당연하다, 친근하다, 익숙하다는 것들이 주는 함정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왜 일까, 왜 그런 것일까? 라는 물음은 답이 정해져 있든 아니든 언제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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