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면 작가, 출판사, 표지, 제목, 내용 등을 따져보며 책을 보고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가격을 확인하게 된다. 몇 권의 책들을 골라놓고 최후의 선택에서 결정하기 까지 같은 비용이라면 왠지 모르게 얇고 가벼운 책 보다는 두터운 책을 고르곤 했다.

얇은 책이라고 내용이 가볍고 그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항상 책을 고를 때면 조금 더 두꺼운 것을 골라온 듯 하다. 만약 이 모습을 장자가 보았더라면, 아마 큰 꾸지람을 했을 것이다. 인생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삶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하는 장자의 가르침을 읽으며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책을 고를 때의 모습만큼이나 닮아 있는 것을 느꼈으며 그 동안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의 삶이 80년보다도 더 값질 수 있으며 80년의 삶은 하루보다도 못할 수 있다.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상대적인 삶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 온 인생의 무게를 논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년이면 서른을 맞는 나의 나이라는 숫자에 갇혀 있던 내 모습을 장자를 만나며 자유롭게 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2천여 년 전에 살았다던 장자가 지금 나와 함께 마주하고 이야기 해주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세상을 등지고 먼저 떠났을 때에도 대야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어 노래를 하던 장자. 그래, 아마 아무것도 모르던 나와 같은 사람이 장자를 보았다면 나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왜 기쁘게 노래를 불렀는지를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 도리어 내가 그를 통해 치유를 받게 된다.

2012년 임진년의 해가 기울어지고 있고 2013년 계사년의 해가 눈 앞에 있다. 내 나이의 앞의 숫자가 변하는 2012년의 끝자락에서 장자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나는 올해를 보내야만 하는 하루하루가 야속하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자를 만난 지금은 그러한 쓸모 없는 고민을 하며 오늘을 보내지 않는다. 앞으로 남아있는 하루하루 속에 얼마나 긴 나의 인생들이 담겨 질지가 오히려 기대된다. 장자를 만난 이후 나의 오늘은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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