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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ㅣ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랑과 영혼을 보고 난 후의 그 잔상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도자기를 빚는 데미무어의 뒤에 죽은 그의 남편인 패트릭 스웨이지가 함께하는 장면은 그 어느 멜로 영화보다도 강하고 달콤한 인상을 남겼다. 죽어서도 그녀의 곁을 지키는 그의 모습은 죽음으로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구나 라는 생각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봤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알게 인지하게 된 사실은 이 ‘사랑과 영혼’이라는 한편의 영화가 내게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 이상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2시간의 영화가 남긴 흔적은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에 꽤나 깊이 관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내가 철저히 죽음에 대해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육체와 영혼에 대해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이원론적인 시각은 육체와 영혼은 다른 것이기에 죽음은 인간의 육체는 사멸하는 것이지만 그 영혼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으로 저자와는 철저히 대비되는 관점이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들어 온 천국과 지옥,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극락환생을 기원하는 것을 보며 현생의 죄악이 내세의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라 들어온 터인지 나는 그것이 으레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었는데 셸리 케이건 교수는 이러한 죽음에 대한 이원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철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사실 죽음에 대해 우리가 궁금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 그 이후, 그것을 경험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죽음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알 수만 있다면 죽음이란 단어만으로 어둡고 두려우며 피하고 싶지는 않을 테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원론적인 시각인지 아니면 육체로만 인간을 구성한다고 보는 물리주의적 시각인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삶에 대한 욕망을 배우고자 하기에 이 책은 녹록지않다. 책의 마지막 자살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목록에 있어서 가장 궁금하면서도 저자인 셸리 케이건 교수가 서론 부분에 특정 상황에 자살도 이성적,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이야기에 어떠한 식으로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인가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파트 중 하나였으나 몇 번을 읽고 나서 지금까지도 나는 그의 주장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 듯 하다.
그의 주장을 완벽히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이라도 죽음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만큼은 그의 바람대로의 효과적인 청자가 된 듯 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수 많은 진흙덩어리들 중 기회를 갖지 못한 진흙이 아니라 오늘을 살 수 있는 진흙이라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그의 강의를 함께한 학생이 될 수 있어 참으로 뿌듯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