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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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면서 남는 방 하나를 어떤 용도로 쓸까 하다 서재와 드레스 룸의 겸용으로 사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지 어언 2년이 지난 지금, 현재 그 방은 갖가지 옷들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옷걸이에 다 옷을 걸지 못해서 옷걸이 하나당 2개씩의 옷을 걸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걸지 못한 옷들도 태반이며 정리를 하다 보면 가격표를 제거하지 않고 걸려만 놓은 옷들이 하나씩 발견되곤 한다. 비싼 옷은 사지 않아, 이렇게 좋은 옷을 이 가격에 도저히 살 수 없으니 사야지, 라며 하나 둘씩 모은 옷들이 방을 점령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저자가 말하는 블러버랜드인 셈이다.

Blubber. 표지의 이 단어를 봤을 때 순간 Bubbleland라고 써있는 줄 알았다. 이 단어를 처음 보기도 했거니와 행복의 경고라고 하기에 거품처럼 커져버린 욕망에 대해서 꾸짖는 내용이려니 하는 마음에 BlubberBubble로 인식한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부의 상징으로 여기던 고래기름이란 의미의 Blubber는 여분이며 잉여를 말한다.

잉여라는 것은 부족함이 없이 다 쓰고 남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얼핏 들으면 나머지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좋은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인간은 충분함만으로 절대 충분하지 않아.” <헷지>의 너구리가 다른 동물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먹기 위해 사는 인간을 풍자하는 이 대목에서와 같이 우리는 충분한 것이란 의미를 어느 샌가 부족함이란 동의어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란 목표를 위한다면서 우리 스스로를 불행의 구렁텅이 안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 인간에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그 안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그 만큼의 대가를 치르고 나서 내가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행복을 위해, 즉 무언가를 갖기를 갈망하며 오늘도 일을 하고 매일을 그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행복은 신기루처럼 또 한 걸음 멀어져 있다.

양 손 가득히 넘쳐 흐를 듯한 초코콘을 들고 있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 보다 초코렛이 가득 뭍혀진 아이스크림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졌음을 뿌듯하게 생각할 것이고 그로 인해 잠시나마 기쁨을 느낄 것이고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먹다 보면 흘러내리는 초코렛과 평소보다 묵직한 포만감, 너무 단 것을 한 번에 먹은 탓에 다른 맛은 모두 쓰다고 느끼는 남겨진 바보 같은 미각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그 넘쳐 흐르는 초코콘은 내게 행복을 주고 간 것일까?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보는 순간 내 스스로에게 SOS를 요청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러니 눈을 돌려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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