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 내 인생을 뒤흔든 명작 55편 깊이 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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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 무료하게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를 곰곰이 관찰하던 찰나 책에 깊이 빠져 손잡이를 잡으려 허공에 손을 내젓는 한 학생을 보았다. 몇 번의 시도에도 잡히지 않는 손잡이를 잡기 위해 그제서야 책에서 눈을 떼고선 옅은 미소를 한 번 띄운 뒤 다시 책에 몰두하던 그 찰나의 순간 그 모습이 내겐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다. 한 권의 책에 무엇이 담겨있기에 그는 그토록 열중하여 보는 것일까. 그 순간의 호기심에 동하여 그와 같이 한 번 책에 빠져 봐야겠다 란 작은 몸부림이 그저 시간을 흘러 보내기만 하던 출퇴근 시간이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은 꽤나 집중해서 책을 보고 보고 난 뒤에는 틈틈이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기록해두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책을 보기 시작했다는 그 조바심이 더 빨리,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근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책들을 읽어내고 나서는 한 권 한 권 쌓여가는 책장의 책들이 마냥 뿌듯하기만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달려온 지금 나는 내가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단순히 내 스스로의 자부심을 위해서인지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대체 무엇을 위해 나는 책을 보고 있는 것일까 란 막연한 물음 앞에서 내가 선택하여 행한 지금의 습관적인 읽기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작 몇 십 권, 몇 백 권의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통달할 수 있을 것이란 자만 앞에 현실의 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닌 별 다르지 않는 나를 만났을 때의 그 허무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책을 읽는 다는 것 조차, 책 한 줄을 읽어 내려가기 조차 버겁던 날이 계속 되던 오늘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5년간 읽은 천 여권의 책들 중에서 저자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오십 여권의 책을 간추려 소개한 책이다. 일 년에 단 한 권의 양서를 만나도 되니까 천천히 행복하게 책을 보라고 다독이는 그녀의 한 마디에 위로가 되어 펼쳐 읽어 내려가며 50 여권의 책이 아니라 그녀만의 책들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나는 이 책 안에서 무엇이라도 얻어내야만 해 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책을 책으로서가 아닌 나의 지식을 채워주는 하나의 매개체로만 인식 함으로서 읽는 다는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책을 펼쳤다면 그녀는 동일한 책을 그녀 스스로 다시금 깨어나게 하여 그녀만의 책으로 만들고 있었다. 타인을 위한 독서가 아닌 나를 위한 독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책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던 나에게 그녀의 일침은 고장 난 나침반을 다시금 움직이게 하는, 그 동안 끊어져 작동하지 않는 퓨즈를 연결하여 재 가동 할 수 있게 하는 청사진을 제시해 주었다.

 얼마만큼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장 안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진실로 내가 품은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녀의 책장을 통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이 사실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 책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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