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쌈에 취하고 마줄리에 빠지다 - 문명을 탐내지 않는 이들의 낙원
김영자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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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인도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꼭 한번 가보아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고, 그 곳을 다녀왔는지 여부에 따라 진정한 여행자로 등극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의 기준이 된 듯하다.

 3년 전이었던가, 잠시 인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여행이란 의미보다는 대학생 신분으로 프로젝트는 수행하기 위해 MUMBAI KOTRA 지사와의 연계를 통해 다녀왔었다.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낸 그 때, 인도를 다녀왔다기 보단 잠시 들렀다 왔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사스와 말라리아의 위협을 벗어나고자 약을 타다 출발하기 전부터 먹고 필요한 다고 나와 있는 것들은 모두 가방에 챙겨 넣었다. 책자에 나와있던 유의사항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카더라 통신의 모든 것들을 망라하여, 같은 사람이 사는 그 곳을 가기 위해 나는 내 스스로의 방어막을 철저히 갖추고서야 인도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여기가 인도라는 표지판들과 달라진 주변 환경들을 보고 나서도 내가 인도에 와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디를 가던지 우리를 향해 있던 그들의 하얀 눈동자는 마치 무언가를 빼앗거나 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만 다녔고,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도 그다지 여유롭게 즐기지는 못했다.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사탕수수 즙은 마셔볼 엄두도 못 했고 그나마 끓여 마시는 짜이는 한 두 번 마셔본 듯 하다. 10루피를 덜 내고자 릭샤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도비가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생각에 그 시간들을 그저 흘러 보내버렸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 시간들이 다시금 그리워졌다. 깨끗하지 않아 툴툴거리고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의 자유를 만끽하고 오지도 못해놓고선 그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다녀 오고 나서야 나는 인도가 더 그리워졌다. 이미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 청개구리 마냥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인도는 계속 나를 불렀고 그럴 때마다 다른 이들의 여행 책자로 잠시나마 안식을 찾고 있다.

 홍차의 고향이라고 하는 아쌈과 인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마줄리 섬이 이번 여행의 배경이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며 책 장을 넘기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잘생긴 수도사들이 그 안에 살고 있다.  지성과 감성의 겸비한 엘리트 코스를 밟는 그들은 그 곳의 부모님들의 염원이라 불릴 만큼 갈망의 대상이자 꿈이었다.  4살이 되면 입문하여 이 과정을 따른다고 하는데, 그 어린 나이부터 빡빡한 일정에 따른 수도 생활을 해야 한다니, 아마 나라면 그저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길 위에서 만난 수 많은 인연들과 제트카 나무로 꽃물을 들이며 그들과 함께 하는 그녀는 여행객의 모습이 아닌 이미 그들 안에 동화되어 그들과 같은 빛깔을 내고 있었다. 아마 나는 인도에 갔을 때 철저히 그들과 나를 구분하려 했기에 그들을 닮으려 하기 보단 다른 것만을 사진 안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삶은 나에게는 신기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생소한 것들이었고 그들의 일상이 내게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치부되었다.

 자연의 안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그녀의 여행을 보면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 이제서야 나는 여행이란 의미에 나를 한정시키지 않고 그들의 삶 속에 함께 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달콤한 라씨와 짜이, 그리고 아쌈 한 잔 들고 당장이라고 마줄리 섬으로 가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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