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 '윤하정의 공연세상' 무대 위 20인과의 진솔한 이야기
윤하정 지음 / 끌리는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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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무대 위를 활보하고 있는 그들이 내게 건네는 질문을 보며, 글쎄 난 어디쯤 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이 이 광활한 인생의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지만 실상은 주연을 위한 조연이란 느낌에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언제나 무대 위 화려하고 그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그들의 인생에도 레드 카펫만이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20명의 예술인들을 만나며 그들과의 대화를 한 권이라는 책 안에 담아놓았다. 내 나름대로는 문화 생활도 하며 지금껏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목차 속 주인공들을 보니 반 정도만 아는 이름들이었다. 그나마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만나봤던 인물들로 참으로 나의 편협한 문화 생활이 여실히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박칼린, 드라마에서 본 장영남, 신성록, 임재범의 그녀로 알려진 차지연 등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알려져야만 그제서야 찾아다 보는 셈이다.

 예술에 있어 문외한이라 내가 잘 모르는 인물들이 태반이었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당신들의 세계에서 모두 인정받는 최고의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 10페이지 가량으로 만나봐야 한다는 것이 처음엔 다소 아쉽기도 했었다. 무언가 더 알고 싶은데 거기에서 멈춰 버리는 미적지근한 느낌. 하지만 한 권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을 몇 십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다고 한들 나는 그들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통해서 그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독자로 하여금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다면 나에게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통하였다. 이번 달 내로 이들의 공연을 보러 갈 계획이니 말이다.

 가슴으로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다는 김정원은 클래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나에게도 도전의식을 일깨워 준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있어 그 체계를 지키면서도 널리 알리기 위한 그의 끊임 없는 노력들과 고정된 틀을 깨어 만인에게 클래식을 알리려는 그의 고집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는 꼭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한다거나 클래식 음악가는 천편일률 학구적인 이미지라는 등의 클래식 음악을 둘러싼 잘못된 선입견들이 먼저 허물어져야 하는 것이죠. –P 31

남들보다 모자란 스펙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온 윤운중을 보면서 나에게도 희망의 끈을 찾아 볼 수 있었고 장애가 아닌 자신의 연주에만 집중해 달라는 전제덕을 보면 장애라는 핸디캡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패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 그것을 버리는 그를 통해 나도 살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로서만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안 돼, 안 될 것이다, 안 되면 어떡하지?’라며 발목을 잡는 숱한 생각들을 뿌리치고 멋지게 뛰어올라 별과 하나가 된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사랑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었다. –본문

뮤지컬이나 연극은 티켓이 생길 때만 보러 가는 터라, 그 세계에서 유명하다고 이름난 사람들조차도 거의 모른다. 정성화는 그저 개그맨, 잠깐 연기를 했던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뮤지컬과 연극에서는 꽤나 입지가 다져진 사람이었다. 한 번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그 틀을 깨기가 어렵기 마련인데 그에겐 되려 개그맨이란 이력이 되려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하고 싶다고 말만 하는 건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니다.’-P130

자신의 것이라고 느꼈을 때 막연하게 바람으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라 연습에 연습을 더해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지금의 배우 정성화가 재 탄생되었다. 자신감과 상반 된 것이 긴장과 불안이라며 그것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다는 그는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보내고 있었다.

20명의 예술가 중에서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발레리노 이원국이었다. 발레리노는 발레리나를 위한 도우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그의 열정적인 이야기들은 그만의 발레가 보고프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마흔 살이 되면 발레단을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춤을 추고 싶었어요.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키고 싶었어요.” -P196

단순하지만 이 이유에서 그는 대학로 소극장에 발레단을 창립한다. 주변 동기들은 교편을 잡거나 안무가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불혹이 넘긴 나이에 그는 아직까지도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싶단 열정 하나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온 것이다. 나이라는 나이테를 거슬러 그는 자신이 하고픈 일을 신념 하나로 또렷이 걷고 있는 그를,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라며 매일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나를 위해서 꼭 만나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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