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 행복을 일구는
조우상 지음 / 치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외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아침마다 눈 뜨는 대로 밭으로 할아버지 따라 나가곤 했다. 그 곳에서 깻잎, 고추, 고구마, 호박, 깨 등이 어떻게 자라는 지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면서 배우곤 했었는데 그것도 10여년 전의 이야기라 이젠 희미하다. 제 작년부턴 아빠와 함께 베란다에서 오이, 고추, 호박, 방울토마토를 키웠는데 한정된 공간이라 그런 것인지 생각보단 잘 자라주진 않았다. 어찌되었건 작은 씨앗이나 묘목이 그의 몇 갑절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 그 안에 수 많은 과학의 논리가 있다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신비하다.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으레 확인하는 것은 원산지였다. 국산인지 아닌지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 있었으며 진열대까지 그 상품이 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선 관심 밖의 다른 세상의 것이라고 치부하며 그런 것들은 나와 상관 없는, 내가 몰라도 별 문제 없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다.

농촌에 종사하는 인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은 매해 남아 국가에서 구매한다는 뉴스를 볼 때면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별 주식인 쌀에 대한 자급자족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기계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나마 기계로 경작이 수월한 쌀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됨에 따른 현상이라고 한다. 참 안일한 생각 속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식량에 대한 자급력이 사라지는 순간에 발생하게 될 식량의 식민지화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제시하며 다국적 종묘회사에서 F1종자를 통해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굴지의 종묘 회사는 대부분 외국계 기업에 인수 된 상태이며 인위적 교잡을 통한 불임성 씨앗 생산을 통해서 매해 전 세계의 모든 농부들이 자신들의 씨앗을 구입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가동 중에 있다. 그들의 목표를 100% 달성하기까지 즉 씨앗의 식민화가 이루어 질 때까지 그들은 연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 품질 향상 및 새로운 종의 탄생 등이란 이점을 표방하고 있으나 F1세대의 형질이 F2세대에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기에 매번 종자를 구입해야 하며 허약한 F1의 종자를 구입시 농약과 화학 비료를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국적 종묘회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척되고 있는 듯 했다.

 파란 구슬처럼 보이는 것은 청경채의 씨앗이다. 자연 속에서 이렇게 파란 빛깔의 씨앗이 존재할까? 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는 해충과 항바이러스를 위한 화학약품이 코팅된 것이라고 한다.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씁쓸함이란.

 이 책을 통해 잡초의 새로운 모습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식용으로 알려진 식물은 1%도 미여 나머지 99% 이상의 풀은 잡초라는 이름 하에 천덕꾸러미로 비춰지고 있지만 잡초를 자생초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 해석하고 있다. 농부들에겐 잡초와의 전쟁으로 항상 시름을 하고 있다지만 저자는 이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탐구하며 제초제를 치거나 자생초의 뿌리를 뽑아내지 않고 베어낸 후 피복할 뿐이다. 자생초의 뿌리에 살고 있는 생명과 땅의 흐름을 위한 배려란 그의 마음 씀씀이가 참 훈훈하게 느껴졌다.

 젊의 농부의 농사이야기라고 하지만 농업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파생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공정무역의 추세가 늘어나곤 있지만 아직까지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노동에 대가 만큼이나 그들에게 주어지는 수익이 적고, 그 넓은 땅에 커피나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먹을 곡식은 키우지 못하는 현 사태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농사에 관련해서 별 다른 흥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푹 빠져 본 듯하다. 이 번 봄에 나도 젊은 농부로 텃밭에 채소를 키워보련다. 오롯이 자연의 힘을 빌어 새 뿌리를 내리는 토마토로 키우든 새로운 삶은 선물하는 흙의 힘을 믿어봐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