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의 기술 - 1,000건의 수주경험을 통해 완성한
박상우 지음 / 비즈니스아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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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비슷한 의미의 판매와 비교해보면 좋겠다. 판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듯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주 역시 판매와 그 의미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라면 그 대상이 기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행위가 수주.

 

일반 소비자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주문을 하거나 직접 구매하는 행위를 한다.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에서 이와 비슷한 구매 활동이 일어나기 위해서 발주라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주는 발주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대상인 만큼 다루는 사업 내용도 스케일이 크다. 수주가 발생하는 분야는 컨설팅, 시스템 통합, 솔루션, 디자인, 건설 및 인테리어 공사, 선박 건조, 광고, 장비 공급, 아웃소싱 등인데, 이중 건설 및 인테리어 공사나 선박 건조 사업 분야를 떠올려보면 일반 구매 행위와의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행위가 수주 행위이다. 수주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 것을 약속하는 권리를 얻는 작업을 말한다. 기업형 비즈니스 시장의 거래는 대부분 수주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속적인 수주를 통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안정적인 경영활동과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 유지, 그리고 그에 따른 우수한 인재의 이탈 방지와 안정적인 조직 운영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사 운영의 안정성에 있어 매우 큰 비중과 가치를 지니는 것이 바로 수주 활동이다. ‘수주 활동은 고객이 되는 기업의 발주 건에서 수주자로 결정되기 위해 수주자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즉 영업과 실행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주의 기술은 무엇일까? 기업의 입장에서 수주를 많이 성공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사업적 가치를 철저하게 판단해서 가치 있는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주의 기술이란 가치 있는 사업을 가치 있게 수주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기술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수주 활동 프로세스이다. 이것은 체게적인 단계와 절차의 구축을 의미한다. 둘째, 수주 활동 프로세스에 따라 수주 활동을 수행할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수주의 경험과 성과를 지적 자산화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발주자와 수주자사이에서 일어나는 수주 프로세스의 세부적인 과정인 - 마케팅, 프리세일즈, 제안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협상, 분석 - 이라는 6가지 분야를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수주 마케팅과 프리세일즈는 실제로 기업이 수주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제안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 부분이다. 제안이란 발주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자의 입장을 밝히는 작업을 말하며, 영업적 대응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제안으로 수주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례가 나오기도 하는 단계다. 이때 수행되는 제안서 작성은 인적 자원의 역량에 매우 의존적이어서 우수한 인력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프레젠테이션의 일반적 정의는 정보나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거나 설득하여 청중의 의사 결정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팔고자 하는 물건의 장점과 청중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부분을 부각시켜 구매자로 하여금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인데, 수주 과정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은 제안서 작성과 함께 직접적으로 발주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청중과 경쟁자 분석부터 시작해 실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준비하고 체크해야할 실용적인 부분과 구매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필요한 말하고 듣는 기술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수주 협상 단계로 들어간다. 이 단계는 발주자의 요구사항과 수주자의 제안 사항이 실제 사업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경험과 성과에 대한 과정을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지적 자산화하는 단계가 바로 수주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다.

 

현장에서 20년간 국내외 1,000여건의 수주 추진 경험과 높은 성공률을 보유하고 있는 수주 컨설턴트로서의 저자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함께, 매끄럽고 전달력 있는 문장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는 글솜씨는 이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용성이 실현된 수주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식의 공공 자산화 모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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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본기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이해원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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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밀접하다. 무엇보다 경제와 안보 문제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또한 굉장히 미묘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영토와 다양한 민족, 다양한 세계사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지만, 현대 한국 사람들의 심리에는 중국을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중국의 역사나 학문적 성취에 관해 살펴보면 감탄을 하다가도, 요즘 중국과 중국인의 행태를 접하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어떤 일이든 절대적인 건 없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인지, 문화와 민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국의 특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우리가 무엇이 왜 어떻게 다를 수밖에 없는지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이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가면서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국의 미래가 덜 어두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도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처럼 가깝고도 멀다는, 이중적인 인식으로 보는 나라들에 대해서 욕을 하더라도, 좀 제대로 알고 그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역사 공부가 필수다. 딱딱한 교과서식으로 시작하게 되면 집중이 안 되고 잠이 오는 것이 필연이니, 이야기나 관심 있는 분야를 통해서 먼저 접근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다행히 중국에 관해서라면, 우리에게는 삼국지나 장기판에서 친숙한 항우와 유방 이야기, 혹은 공자 맹자 말씀, 또 서유기나 소림사, 이소룡, 강시 같은 문화 콘텐츠럼 이미 우리 문화에 널리 퍼져 익숙한 재료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서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의 심리를 공부해본다면, 중국과 우리의 관계를 전향적으로 만들어가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번에 출간된 사마천 사기 명언연구 / 본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면서도 그 뜻을 온전히는 모르고 있는 고사성어들의 유래와 그에 관한 간결하면서도 전문적인 해설을 통해, 중국의 문화와 인식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깊이를 더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주지육림(酒池肉林)‘의 경우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는 의미로, 고대 은나라 주왕의 타락한 통치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보통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비난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주왕이 처음부터 그렇게 막 나가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평가 중에 분별력이 타고나서 민첩하며, 견문이 뛰어났고, 힘이 보통 사람보다 장사여서 맨손으로 맹수와 대적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지혜로워서 신하의 간언이 필요 없었고 말재주도 뛰어났다고 한다. 아마 이런 타고난 장점들이 그를 교만하게 만들어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타락한 군주의 표상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현대에 적용하면 주지육림은 그 말이 나온 맥락을 따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가만히 놔두면 타락하게 마련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경계하고 교육하며 다스려야 할 대상이라는 것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고사성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살펴보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한자로는 빈계지신(牝鷄之晨) 유가지색(惟家之索)인데, 이 또한 은나라 주왕과 관련된 성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이 말을 알고 있는데,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군주가 소신이나 신념 없이 사사로운 욕심에 빠져 엉뚱한데 귀기울이며 정사를 어지럽히는 정신 상태에 대한 말임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감언이설로 주왕의 정신을 어지럽히던 사람이 하필 그 부인인 달기라는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실 성별 여부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닌 고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의 가장 태평성대한 시기로 평가되는 요순시대와 시황제의 진나라가 흥망성쇠를 걷던 시기, 그리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운명이 갈라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나온 고사성어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명쾌한 해설을 곁들여 독자에게 중국과 중국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중국의 정치인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외교나 국가행사에서 이런 성어나 경구, ()들을 즐겨 인용하는 것은 전통 관습이 된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 인용문에는 그들의 본심과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진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자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 심리를 읽는 혜안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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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력 - AI 시대의 현명한 선택을 이끄는 3가지 힘
구정웅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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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C between B and D.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들(Choices)'이다. 즉 삶의 모든 순간들이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의미로서 인생을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유명한 말이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이 말 자체는 많이 알려져 있다. 선택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줄곧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차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선택하는 힘을 꼽았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아톰보다 비트의 무게가 더 나가는 시대라 하더라도, 그런 것들에 관계없이 인간에게 선택이라는 요소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쩌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초기 인류는 생존의 문제가 절박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따라서 선택지도 단순했다. 그러다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만들게 되었고, 양쪽 모두에서 욕망이 세분화되면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행위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기에,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단순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고 제시한 사람들이 항상 위대한 업적을 남겨왔던 것이 또한 인류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저자는 안에서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 인간이 보다 나은 선택의 능력을 기를 수 있음을 주장한다. 먼저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봄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규정을 짓는다.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자기가 지금 하고 있거나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부터 올바른 선택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본질은 다른 말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깨달아지고 분명해진 사람은 신념을 가질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파는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든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얻은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각이나 행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신념이다. 이것이 분명하면 어떤 고난과 시련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기준이 분명하므로 어려움을 덜 겪게 된다.

 

이렇게 자기 안에서 외부의 어떤 풍파에도 무너지지 않는 내적 기초를 다지고 나면 다음은 외부로 향해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도움이나 영향을 받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필연적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살필 줄 아는 배려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협동혹은 협력하는 능력을 꼽는다. 조직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도 상호협력, 상호보완하는 자세로 진행하며, 어떤 한 분야에서의 경쟁 관계가 관점을 전환하여 전략적 파트너로 발전하는 것 등 대립보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할 때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은 날로 발전하고 문화는 점점 더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로 복잡해져 가는데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의 가치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시대다. 선택력을 읽다 보면 자율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자율은 스스로 원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며,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한 자율적 인간들이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개인과 집단의 선택력이 증진되며, 또 공명하면서 공진화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음을 저자의 글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는 어쩌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선택의 문제가 인간 대 인간의 경우뿐만 아니라 지성과 감정을 가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와 우려의 복잡한 시선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존재의 문제를 고민하는 인문철학서의 성격도 띄고 있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게임에는 룰이 있다. 룰 안에서 경험과 직관을 근거로 선택이라는 행위를 한다. 경험은 지식이 되어야 하고 지식은 활용되어 살아 있는 지헤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통해 직관의 힘이 자라게 된다. 경험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분석과 통찰이 있어야 한다. 이능력을 연마하는 것이 경험을 지식으로 만든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가치관과 경제관, 환경관, 기술관을 요구받는 시대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이럴 때 선택력과 같이 생각과 판단의 기초적인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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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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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성인 오이카케는 일본어 동사 오이카케루(()ける)’에서 왔다. 그 의미는 뒤쫓아가다, 한 가지 일에 뒤이어 잇달아 딴 일이 일어나다로서, 주인공의 특성과 이야기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제목은 탐정이라고 달았지만 주인공 여고생은 전혀 탐정과 관계 없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 소녀는 미래에 훌륭한 탐정이나 수사관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품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귀엽게 미친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얼마나 황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귀엽고, 꾸미지 않아도 예쁜데 꾸미면 누구나 돌아볼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아이라는 요소가 빠지면 정말 미친 사람 이야기밖에 안된다. 당연히 스트레스로 고통 받아야 할 가족이 너그럽거나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는 것은 외모와 상반되는 주인공 소녀의 캐릭터만큼이나 비상식적이다.

 

그래 이게 라이트노벨을 읽는 맛이지... 라이트노벨을 쓰는 작가들의 재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온갖 망상에, 판타지에, 현실적 요소와 비현실적 요소가 짬뽕처럼 뒤섞인 정신 없는 재료들을 조합을 기가막히게 하는 것. 어떻게든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오이카케 히나코는 많이 특이한 여고생이다. 그녀는 광팬 혹은 매니아를 넘어서는 존재를 의미하는, 요즘 말로 오타쿠나 오덕보다 더한 십덕후의 경지에 이른 덕질쟁이다. 그런데 입덕(어떤 분야나 사물, 캐릭터, 인물 등을 매우 좋아하여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행위) 대상이 예사롭지 않다. 연극배우, 씨름선수, 아역배우, 만화가, 정치인 등 일반적으로 어린 소녀의 가슴을 두근거리다 못해 터지게 만들 요소를 갖추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게다가 덕질하는 대상도 특이한데, 꼭 사건이 따라온다. 마음놓고 짝사랑하지도 못하게 상황은 늘 비일상적인 형태로 흘러간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다행히 사람이 죽는 상황은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살인, 유괴, 이혼, 기만, 폭파 등의 소재를 쓰고 있으나 모두 유쾌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능력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분석하여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주로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거기서 옮겨지거나 파생된 온라인 상의 텍스트와 이미지 정보들이 주인공에 의해 특정 인물의 행적이나 취향, 계획 등을 추론할 수 있는 훌륭한 단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깜찍한 스토킹을 하는 것이 오이카케 히나코의 즐거움이다. 물론 최애(가장 애정을 쏟는 대상)를 곤란하게 하거나 괴롭히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이 의도와는 다르게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IT 중심의 세상이 된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의 후속작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이대로 더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히나코라는 캐릭터가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녀의 귀엽고 비정상적인 뒷걸음질에 밟히는 멋지고 황당한 다음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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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리커버) -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
제롬 케이건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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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의 마지막을 몽테뉴의 말로 장식했다. 그렇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부하는 인간의 의미다. 저자인 제롬 케이건은 평생 인간을 연구한 심리학자로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주제로 쓴 에세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다음의 그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생물학적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케이건의 학문적 지향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들을 통해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생애초기 2년간의 삶이 자기의식, 기억, 도덕심, 상징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롬 케이건 [Jerome Kagan] (두산백과)

즉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지향에서 특정 요인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복수의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학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요약해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물, 대상을 연구할 때의 방법론으로서, 하나는 개별적 요인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분석하여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다른 하나로는 이 요인들의 네트워크, 즉 배경 혹은 관계나 맥락으로서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라보면 한쪽으로 편향된 반쪽짜리 답을 얻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관점으로 인간이라는 주제를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과 과학의 범위에서 좀 더 세분화하여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이라는 12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것, 인간다움의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학문 분야의 특성이나 학계의 분위기, 학자 개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특정 입장을 염두에 두고 학문적 태도와 결과물을 쌓아나가는 현재의 흐름을 우려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연구 대상, 예를 들어 언어의 본질이나 비행청소년이 되는 이유, 교육의 필요성, 도덕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는 하나의 단순한 법칙이나 원리로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도를 고집하는 자체가 매우 작위적이고 나아가 폭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12가지의 주제들 하나하나를 다룰 때마다 그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떤 편향에 빠져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의 중요성을 현실적인 근거와 논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다룬 5장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믿고 있지만(그래서 유전자 조작 같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에도 긍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습관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후성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음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임을 알려주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유전자와 환경, 부분과 전체, 객관성과 추상성, 경험과 직관 등 다양한 개념과 의미의 네트워크 안에서만 우리는 어떤 대상의 실체와 가치, 의미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이 책은 한 뛰어난 학자의 인간에 대한 오랜 연구와 성찰의 기록이며 거기에서 길어올린 빛나는 통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건, 사물과 현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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