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리커버) -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
제롬 케이건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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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의 마지막을 몽테뉴의 말로 장식했다. 그렇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부하는 인간의 의미다. 저자인 제롬 케이건은 평생 인간을 연구한 심리학자로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주제로 쓴 에세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다음의 그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생물학적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케이건의 학문적 지향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들을 통해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생애초기 2년간의 삶이 자기의식, 기억, 도덕심, 상징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롬 케이건 [Jerome Kagan] (두산백과)

즉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지향에서 특정 요인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복수의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학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요약해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물, 대상을 연구할 때의 방법론으로서, 하나는 개별적 요인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분석하여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다른 하나로는 이 요인들의 네트워크, 즉 배경 혹은 관계나 맥락으로서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라보면 한쪽으로 편향된 반쪽짜리 답을 얻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관점으로 인간이라는 주제를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과 과학의 범위에서 좀 더 세분화하여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이라는 12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것, 인간다움의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학문 분야의 특성이나 학계의 분위기, 학자 개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특정 입장을 염두에 두고 학문적 태도와 결과물을 쌓아나가는 현재의 흐름을 우려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연구 대상, 예를 들어 언어의 본질이나 비행청소년이 되는 이유, 교육의 필요성, 도덕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는 하나의 단순한 법칙이나 원리로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도를 고집하는 자체가 매우 작위적이고 나아가 폭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12가지의 주제들 하나하나를 다룰 때마다 그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떤 편향에 빠져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의 중요성을 현실적인 근거와 논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다룬 5장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믿고 있지만(그래서 유전자 조작 같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에도 긍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습관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후성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음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임을 알려주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유전자와 환경, 부분과 전체, 객관성과 추상성, 경험과 직관 등 다양한 개념과 의미의 네트워크 안에서만 우리는 어떤 대상의 실체와 가치, 의미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이 책은 한 뛰어난 학자의 인간에 대한 오랜 연구와 성찰의 기록이며 거기에서 길어올린 빛나는 통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건, 사물과 현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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