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본기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이해원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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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밀접하다. 무엇보다 경제와 안보 문제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또한 굉장히 미묘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영토와 다양한 민족, 다양한 세계사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지만, 현대 한국 사람들의 심리에는 중국을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중국의 역사나 학문적 성취에 관해 살펴보면 감탄을 하다가도, 요즘 중국과 중국인의 행태를 접하게 되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어떤 일이든 절대적인 건 없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인지, 문화와 민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국의 특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우리가 무엇이 왜 어떻게 다를 수밖에 없는지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이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가면서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국의 미래가 덜 어두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도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처럼 가깝고도 멀다는, 이중적인 인식으로 보는 나라들에 대해서 욕을 하더라도, 좀 제대로 알고 그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역사 공부가 필수다. 딱딱한 교과서식으로 시작하게 되면 집중이 안 되고 잠이 오는 것이 필연이니, 이야기나 관심 있는 분야를 통해서 먼저 접근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다행히 중국에 관해서라면, 우리에게는 삼국지나 장기판에서 친숙한 항우와 유방 이야기, 혹은 공자 맹자 말씀, 또 서유기나 소림사, 이소룡, 강시 같은 문화 콘텐츠럼 이미 우리 문화에 널리 퍼져 익숙한 재료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서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의 심리를 공부해본다면, 중국과 우리의 관계를 전향적으로 만들어가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번에 출간된 사마천 사기 명언연구 / 본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면서도 그 뜻을 온전히는 모르고 있는 고사성어들의 유래와 그에 관한 간결하면서도 전문적인 해설을 통해, 중국의 문화와 인식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깊이를 더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주지육림(酒池肉林)‘의 경우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는 의미로, 고대 은나라 주왕의 타락한 통치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보통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비난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주왕이 처음부터 그렇게 막 나가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평가 중에 분별력이 타고나서 민첩하며, 견문이 뛰어났고, 힘이 보통 사람보다 장사여서 맨손으로 맹수와 대적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지혜로워서 신하의 간언이 필요 없었고 말재주도 뛰어났다고 한다. 아마 이런 타고난 장점들이 그를 교만하게 만들어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타락한 군주의 표상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현대에 적용하면 주지육림은 그 말이 나온 맥락을 따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가만히 놔두면 타락하게 마련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경계하고 교육하며 다스려야 할 대상이라는 것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고사성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살펴보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한자로는 빈계지신(牝鷄之晨) 유가지색(惟家之索)인데, 이 또한 은나라 주왕과 관련된 성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이 말을 알고 있는데,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군주가 소신이나 신념 없이 사사로운 욕심에 빠져 엉뚱한데 귀기울이며 정사를 어지럽히는 정신 상태에 대한 말임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감언이설로 주왕의 정신을 어지럽히던 사람이 하필 그 부인인 달기라는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실 성별 여부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닌 고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의 가장 태평성대한 시기로 평가되는 요순시대와 시황제의 진나라가 흥망성쇠를 걷던 시기, 그리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운명이 갈라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나온 고사성어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명쾌한 해설을 곁들여 독자에게 중국과 중국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중국의 정치인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외교나 국가행사에서 이런 성어나 경구, ()들을 즐겨 인용하는 것은 전통 관습이 된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 인용문에는 그들의 본심과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진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자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 심리를 읽는 혜안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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