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법칙 -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 이야기
임성준 & 조셉 H.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사마귀 유치원'에서 개그맨 최효종이 이런 개그를 했었다.

 

'숨만 쉬고 OO년을 돈을 모으면 OO을 이룰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표현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참 많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의 본질이 순수한 즐거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월급을 받는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되면,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집과 실내 인테리어, 삶을 충실하게 하는 여가활동 등은 꿈꾸기 힘들다. 숨만 쉬고 성실하게 돈만 모으는 독한 삶을 살아도 그런 삶을 실현시킬 확률은 매우 적으며, 설사 그런 돈을 모았다 해도 세월은 엄청나게 흘러있을 것이며, 다음 세대를 위해 쓰거나 하다 보면 정작 자신을 위한 즐거운 소비는 힘든 일이 된다.

 

결국은 재테크 아니면 빚이다. 가진 돈이 없거나 어떤 목적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경우, 우리는 빚을 내서 어떤 형식으로든 투자 혹은 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부모 세대에서 자기 집 한 채라도 어떻게 갖게 된 경우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로또 맞은 거나 다름 없는 행운일텐데, 그런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마저 자기들이 가진 것보다 더 풍요롭고 많은 것을 갖기 위한 욕망 때문에 또한 빚을 지게 된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중에 '금 나와라 뚝딱!'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주인공의 아버지는 평생 열심히 일하고 난 뒤 명예퇴직하고 쉬고 있고 그 아내는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집도 자기 집이고 집안의 웃어른들께서도 정정하시다. 하지만 이렇게 더 큰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어엿한 중산층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데도 더 좋은 집안과 연을 맺기 위해 빚을 내고, 정당한 집안 가장의 휴식은 '놀고 먹는' 영양가 없는 인생으로 매도당하는, 중산층의 허영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야기다.

 

이처럼 사람들은 욕심 때문에, 혹은 날 때부터 밑천이 없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빚을 질 수 밖에 없는사회구조 속에서 서로를 갉아먹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상황들이 그대로 어떤 소수의 계층에게는 그대로 부의 축적으로 이어지는 불균형한 세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욕망과 허영, 우월감과 자괴감이 뒤섞인 세상에서 탈피하고, 또 그런 세상을 뒤집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자기 삶의 결정권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는 DIY, 적정기술 등 자급자족을 실현하려는 시도 등이 실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기존의 사회, 경제, 금융시스템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라도 보다 나은 삶을 살 순 없을까? 세계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두 저자가 함께 쓴 책 '소수의 법칙'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삶을 둘러싼 굴레, 특히 금융경제시스템이라는 틀 안에 갇힌 우리가 그 밖으로 나와 보다 넓고 깊고 유연한 사고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대성과 합리적 사고의 맹신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우리가 금융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알려준다. '블랙 스완'과 유사한 개념인 '고베 소'의 비유를 들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힌트를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만 봐서는 안 되며,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현상은 분명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고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 한 발 앞서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도 실제적인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법칙'은 전업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좋지만 그보다는 자기 일이 있으면서 경제 전반에 대해 폭넓은 사고와 접근을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만능열쇠와 같은 잘 사는 소수가 되는 법칙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며,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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