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스트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아동성범죄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끔찍하고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될 짓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약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서 소설 '비스트'가 던진 문제는 깊이 고민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법이 해결해주지 못한 범죄자에 대한 단죄를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 가까운 사람 혹은 정의감에 불타는 어떤 사람이 행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딸을 희생시킨 범인을 총으로 사살하는 순간에는 뭐랄까, 속이 확 뚫리는 느낌을 받기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자연스럽게 들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종종 일어나는 이 비극은 어째서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소설의 설정이 아니라도 우리들은 살면서 당하는 너무나도 큰 부당함 때문에 상대방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잠깐이라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너무 심한 가정이라면, 최소한 실컷 두들겨 패버리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람으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강한 제지가 드는 것도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그러한 본성이 배제된 불합리한 피해를 입고 있거나 입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무고한 생명이 흉악한 범죄에 의해 해를 입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런 소설이 나온 것은 아직도 우리의 법 체계나 인간의 윤리 의식이라는 것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정신병원 같은 곳에 수용되어 있다가 탈출하여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는 제법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도 아마 그런 사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줍잖은 인권이라는 불완전한 가치에 의해 지속되어온 이러한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누구라도 정당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필요이상으로 법이 엄격해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엇박자로 노는 법 집행을 보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에 특히 관대한 처벌들이 내려지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우 크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단죄하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부작용 때문이다.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방범죄가 전염병처럼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정의의 무분별한 확산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 우리 인간들의 법 체계를 지금보다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도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최소한의 방어벽이 바로 법 아니던가. 아... 그러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