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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경제, 특히 오늘날 돌아가는 있는 경제의 실상을 보면 나는 참으로 답답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돈이나 실물 자산의 가치보다 그것을 둘러싼 가상의 자본들이 몇 십, 몇 백 배나 부풀려진 채 정신없이 거래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이라고 하는, 그냥 빚을 가지고 돌리고 부풀리는 과정에서 약삭빠른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빚을 갚거나 하루 먹을 것을 걱정하면서 경제적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하나의 거대한 게임이라고 봤을 때 무한정 반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소비하면서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탐욕의 속도는 그 가속의 힘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금융위기와 자연재해가 가파란 탐욕의 상승세를 주춤거리게 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그 두 배로 악화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리까지 사고파는 세상이 되어버리다니, 기가 막히다.
이 책은 물리학과의 연관성을 통해 과학적 신뢰를 얻으며 오늘날까지 그 힘을 잃지 않은 주류경제학이 실은 얼마나 허점이 많고 심지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경제 자체를 거대한 사기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충족될 수 없는 욕망, 행복에 대한 일방적인 이해에 기초하며 환경에 대한 몰이해까지 더한 현재의 주류경제학으로는 더 이상 지구와 인류의 삶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신고전주의 경제학, 즉 현재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대안이 최근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이고 보다 인간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제라도 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경제의 원래 인간의 총체적인 살림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기존의 자원과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시키는가가 경제의 원래 목적인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것은 금융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 가족, 친구, 사회, 공동체, 선행 등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의 조화와 균형, 절제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 경제학은 그런 우리의 행복한 삶이 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쳐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모르겠다는 말처럼 이렇게 주객이 전도되어서야 어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금융이 아닌 실물경제와 생활 중심의 경제와 그것을 지지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지금보다 더 큰 힘을 얻어야 한다. 경제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판을 바꿔나가야 한다. 아무리 모순적이고 경쟁과 다툼의 본성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이라지만, 활동할 무대 자체가 위태로워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