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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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 무렵 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몇 번 뒤적이다 그냥 덮고 말았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들에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없이 많이 팔려나갔다고 하는데 과연 그 내용을 제대로 깊이 고심하며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의문이었다. 그처럼 정의에 대한 욕구가 컸었다면 1년이 지난 지금 뭔가 변화의 조그만 기미라도 보여야 하는데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EBS에서 방송해준 하버드 대학 ‘정의’ 강의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 고바야시 마사야라는 사람이 평소 학문적 교류를 나누고 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학문적 지평, 철학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소개해주는 책이다. 그의 ‘정의’ 강의에서부터 출간된 책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으로는 ‘정의란 무엇인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왜 도덕인가?’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한 권에 담아냈다. 이미 일본에서도 상당한 열풍이 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을 보면 마이클 샌델 교수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공동체주의, 미덕형 정의론, 공동선, 공공적인 것, 공공철학 등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경제학계에서도 주류 경제학과 시장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초래한 위기의 대안으로 많이 내세우는 개념들이다. ‘선(good, virtue)이 있는 정의’ 같은 개념은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주장일 수 있다. 또한 지금의 전 인류가 마을 단위에서부터 전 지구적인 단계에까지 진정한 의미의 연대, 즉 공동체의 실현이 순차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각자의 문화적, 환경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누구나 초심은 바를 수 있지만 그 열정이 열매를 맺고 배가 부르면 안에서부터 부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기심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강력한 본성이다. 분명 이런 열기도 누군가에 의해 변질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씁쓸하지만 문제 많은 자본주의, 자유주의가 그나마 가장 온전한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슈가 나왔을 때 대중은 이것을 우러러보며 감탄이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완전한 이론 같은 것은 없기에 이런 끊임없는 변증법적 발전의 역사만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이런 문제들조차 엔터테인먼트의 결과물처럼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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