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트루먼 쇼’를 떠올렸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 번역한 분이 후기에서 언급을 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트루먼 쇼’보다 좀 더 지독한 설정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단지 도시와 문명에 지쳐 과거의 생활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19세기 중반의 마을을 조성하여 살게 하며 바깥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역사보호구역’이라는 기묘한 형태의 관광 사업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더 건강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과학 실험의 일환으로 사람들을 이용한 것이다. 마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고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처하자 주인공 제시의 어머니가 제시로 하여금 외부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도록 부탁한다. 가까스로 과거로부터 현재로의 탈출에 성공, 1840년을 살고 있는 제시로서는 눈앞에 펼쳐진 20세기의 문명과 문화들이 낯설기 짝이 없지만 친구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결국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작품 속에 나온 어른들의 행태가 너무나 불만스러웠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들만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며 살아나가면 될 것을 어찌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 들어가 관찰되는 삶을 허용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현실에 바탕을 둔 흥미로운 이야기로 절묘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개미가 인간의 존재를 쉬이 상상하지 못하듯이 큰 존재가 우리를 연출된 거대한 세계에 넣어두고 관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엉뚱하면서도 무서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는 이제 굳이 소설이나 영화를 통하지 않더라도 실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려서 사실 이 소설 속 설정, 그러니까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실험을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주인공 소녀가 보여준 두려움과 놀라움, 용기 등을 보면서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인생의 무수한 낯선 것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느끼려면 무섭다고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부딪히며 살아야 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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