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 같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알아서 경제, 그러니까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 삶의 문제가 제대로 굴러가리라는 믿음을 대중들에게 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력들이 저지르는 온갖 편법과 악행을 변호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반 대중들은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은연중에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중심으로 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이상하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우리 삶의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서 우리가 직접 대안을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음에도 그 권리조차 내팽개쳐온 것이다. 

   ‘경제학의 배신’을 읽으면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들,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억압이 실은 우리 스스로부터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지가 필요함을,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효율적인 시장이론이 전혀 효율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음이 명백히 밝혀진 이때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미 실패한 방식에 대해 무감각하게 또 손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일반 사람들의 적극적인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생활 속 정치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사 결정과 경제 문제는 결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직업 정치인들과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들에게 일임할 수는 없는 것이다. 투표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우리의 살림을 포함한 일상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자유시장경제의 혜택 속에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온 것이나 다름없는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오늘날 지구온난화 문제와 금융위기 등의 복합적인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의 삶에 거의 마지막 변혁의 기회가 왔음을, 그리고 그러한 변혁을 위한 시도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예들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길 권하고 있다. 가격이 아닌 방식으로 가치를 매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원의 낭비와 환경파괴를 일삼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너뜨리는 이윤지향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움직이고 공정하게 자원이 분배되는, 진정으로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활성화와 함께 세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도 그 발걸음에 실질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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