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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위대한 잠언집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배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모두가 긍정의 신화에 환호를 울리고 있을 때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단호히 아니,라고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제는 대중에게 그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는 그의 생각의 정수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일치하던 내용도 있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얇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제약회사는 기존 질병에 맞는 약보다는 기존 약에 맞는 질병을 발명한다. p.13
현대는 우리에게 일찍 늙고 오래 사는 이중 처벌을 내렸다. p.16
오늘날 수많은 자연 재앙, 질병과 경제적 위기들은 사실 진정한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것을 거부하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지금도 믿고 있는 인간들이 자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오만함이 끊임없이 대규모 인적 재앙과 각종 해괴한 질병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욕망의 그릇되고 더러운 측면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입에 담기도 힘들 만큼의 흉악 범죄들이 인간이란 존재가 오래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겸손이란 대개 위장한 거만이다. p. 24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무리에서 착하다고 인정을 받거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을 혐오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세상의 절망적인 측면을 보는 능력을 애초부터 가지지 않았거나 감출 수 있도록 고도로 훈련된 위선자들일 뿐이다. 세상은 분명 제로섬 게임과도 같이 한쪽이 행복하면 한쪽은 불행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그런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어설픈 긍정주의에 빠져있거나 무시해버린다. 오히려 그렇고 그런 ‘좋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욱 썩어가게 하는 원흉일지도 모른다.
노예 신분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주인 신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p. 45
노예 신분만이 아니라 주인 신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신선했다. 지배하거나 지배당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 동등한 조건에서 자유로이 교통할 수 있는 진짜 천국에 관한 상상이 잠시나마 나의 영혼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어렵다. 일부만이 이런 진리를 깨닫는다면 이 또한 새로운 계급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버리려 하다가 더 키우게 되는 것이 집착이다. p. 56
이건 요즘에 참 많이 느끼는 것이다. 어설프게 도인 흉내를 내느니 집착이란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절히 풀어낼 수 있도록 궁리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인 이유를 알 수 있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p. 106
요즘엔 모든 관계에 조건이 요구된다. 본능적인 친밀감은 사라져버렸고 오직 위장된 친밀감만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다. 나는 이제 사람 사귀기 글러버린 걸까.
저자의 다양한 메시지 중에 기억나는 몇 가지 것들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대신하려 한다. 이 외에도 학계, 특히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과 거부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인간이 결코 정량화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떠드는 부류들을 대단히 싫어하는 것 같다. 온갖 인위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세계의 진실을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과연 그런 경지에 반 발짝이라도 들이밀 수 있을지, 감히 엄두가 안 난다. 돌연 등장한 블랙 스완 앞에서 강인함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길러야겠다. 속박되지 않는 영혼을.